영화 '범죄도시 4'가 최근 개봉했다. 마석도 형사는 가리봉동 뒷골목부터 베트남까지 국경을 넘나들며 강력범죄자를 해치우고 불법 도박, 마약 조직까지 소탕한다. 압도적인 주먹과 피지컬로 "나쁜 놈은 그냥 잡는 거야"라는 마 형사는 단순하지만 통쾌하다. 많은 범죄물 중에서도 범죄도시 시리즈가 사랑받는 건 ‘사이다’ 같은 한 방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마 형사는 기술 유출 범죄자도 잡아낼 수 있을까. 국정원에 따르면 2017~2023년 산업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140건이다. 적발되지 않은 사례까지 생각하면 실제 유출은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기술 범죄는 주변의 아주 평범한 직장인에 의해 일어나고, 기술 유출 여부 판단이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다른 범죄와 차이가 있다. 기술 범죄를 미리 알기도, 잡기도, 처벌마저도 어려운 이유다.
첨단 기술에 국가와 기업의 미래가 달린 지금, 기술 쟁탈전이 치열하다. 그러나 기술 도둑은 그냥 잡을 수 없다. 마 형사의 ‘묵직한 한 방’이 아니라 단계적이고 치밀한 ‘전략 펀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특허청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허청은 ‘박사청’으로 불릴 만큼 1,300여 명의 공학박사, 변리사 등의 특허 심사관을 보유하고 있고,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기술 경찰까지 운영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반도체 국가 핵심기술 유출 일당을 검거한 기술 경찰이 ‘특허 심사관 출신’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허청은 올해 '기술 보호 4대 안전장치'라는 전략 펀치를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첫째, 특허청이 국정원 등에 이어 ‘7번째 방첩 기관’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특허청은 기술 역량뿐만 아니라 전 세계 첨단기술정보인 특허 5억8,000여 개를 빅데이터로 확보하고 있다. 이를 활용한 전문적인 분석으로 산업스파이 색출ㆍ차단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 특허청(기술 경찰)의 수사 범위가 예비ㆍ음모행위부터 영업비밀 침해 범죄 전반으로 확대됐고, 소개ㆍ알선ㆍ유인 브로커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셋째, 영업비밀 등 기술 범죄의 양형기준이 대폭 상향된다. 초범이라도 집행유예 대신 실형이 선고되고, 해외 기술 유출은 최대 징역 12년까지 엄단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영업비밀 침해 시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액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지식재산권 보호 순위에서 한국은 28위를 기록했다. 2022년 대비 9단계나 상승한 것으로, 8년 만에 최고 순위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간 중점 추진한 기술 보호 정책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허청은 기술 경쟁 시대 요구에 부응해 기술 전문 인력과 정보를 기반으로 거듭 변신하고 있다. '강력 범죄에 마 형사'라면, '기술 범죄엔 특허청'이 되도록 꾸준히 정책ㆍ제도적으로 노력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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