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 I/O 데뷔
"허사비스, 구글의 '얼굴'로 떠올라"
"인공지능(AI)이 가져올 혜택을 완전히 깨닫기 위해서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가 이 일에 집중하고 있죠.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 그를 처음으로 I/O에 모십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열린 구글의 연례 개발자 회의(I/O).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다음 연사를 소개하자, 파란 니트를 입은 그가 약간은 수줍은 듯한 표정으로 4,300여 명의 개발자, 기자 앞으로 걸어 나왔다. 2016년 바둑을 두는 AI '알파고'를 통해 전 세계에 AI의 힘을 알린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였다.
구글 합류 10년 만... I/O 첫 등장
허사비스는 딥마인드의 창업자로, 2014년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하면서 구글 일원이 된 인사다. 그런 그가 구글 I/O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사비스는 이날 "딥마인드의 사명은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책임감 있는 AI 구축'"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 같은 사명의 일환으로 우리는 항상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일반인공지능(AGI)을 개발하고 싶었다"며 "그래서 오늘 '프로젝트 아스트라'라고 부르는 AGI 개발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허사비스는 미리 촬영한 AGI 시연 영상을 대형 화면에 틀어 보였다. 영상은 한 여성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무실 구석구석을 비추며 초기 버전의 AGI와 음성 대화를 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 여성이 스피커의 일부분을 비추고 "이걸 뭐라고 부르냐"고 묻자, AI는 "고주파 사운드를 생성하는 트위터"라고 답한다. 조금 이동한 뒤 창 밖을 보여주며 "내가 어느 동네에 있다고 생각하니?"라고 질문하자 AI는 "기차역으로 유명한 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 지역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곧 이어 이용자가 묻는다. "앗, 내 안경을 혹시 어디서 봤는지 기억 나?" AI는 지체 없이 "당신의 안경은 책상 위 빨간 사과 옆에 있다"고 말한다. 이용자가 이동하며 비춘 모든 장면을 AI가 '기억'하고 이를 기반으로 안경 위치를 알려준 것이다.
허사비스는 "AGI가 진정으로 유용하려면 사람처럼 복잡하고 역동적인 세계를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보고 듣는 내용을 기억해야 한다"며 "또 이용자와 지연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하고, 개인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보여준 영상 속에서) AGI는 공간 이해와 기억에 있어 놀라운 능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AGI의 기능 중 일부는 연말 제미나이 애플리케이션 같은 구글 제품을 통해 제공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작년 구글 내로 합류, '제미나이' 개발 총괄
허사비스는 10년 전 딥마인드가 구글에 인수된 뒤에도 오랜 기간 딥마인드를 독립적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챗GPT 등장 이후 구글의 AI 경쟁력이 오픈AI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하자, 구글은 허사비스를 구원투수로 등판시켰다. 지난해 4월 딥마인드를 구글 내부 AI 조직과 통합하고, 통합 조직(구글 딥마인드)의 CEO로 허사비스를 임명한 것이다.
구글이 허사비스를 불러들인 것은 오픈AI에 대적할 수 있는 최고 전문가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과거 구글에 딥마인드 인수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진 'AI의 대부'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는 허사비스에 대해 "나는 그보다 더 경쟁력 있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평한 적이 있다.
허사비스는 구글 내부에 들어온 이후 AI 모델 '제미나이' 개발을 총괄했다. 구글은 이날 제미나이를 구글 검색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구글 포토 등 주요 제품에 결합한다고 발표했다. 허사비스가 직접 소개를 맡은 프로젝트 아스트라는 오픈AI에 맞설 구글의 비장의 무기로 평가된다. 미국 테크매체 더 버지는 "허사비스가 어떤 식으로든 위변조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시연 영상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구글' 허사비스 vs '오픈AI' 올트먼 구도될 듯
허사비스는 그간 구글 내부에서 연구·개발에만 집중해 왔으나, 이날 I/O 데뷔로 명실상부 구글의 AI 사업을 대표하는 인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AI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기 위해 그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그의 I/O 데뷔에 대해 "허사비스가 구글의 '얼굴'로 떠오르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AI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을 이뤄낸 그의 전면 등장은, 최신 AI 기술을 모든 영역에 적용하는 것이 구글의 최대 과제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허사비스가 구글의 전략을 알리는 대외 무대에 더 자주 등장할 것이라고 본다. 그가 구글의 AI 사업을 대표함에 따라,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함께 AI 업계 양대 산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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