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과 달리 의대생 신청 자격은 인정
의대교수·전공의·수험생 신청은 '각하'
의료계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가 항고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고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의대 재학생의 신청인 적격성은 인정했지만, 집행을 정지할 경우 '의료개혁이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효력을 멈추지는 않았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구회근)는 16일 부산대 의대 재학생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집행정지를 기각했다. 기각은 소송이 형식적 요건을 갖췄지만 실체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재판부는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필수의료·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 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신청인 중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 준비생 등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각하했다. 각하란 당사자 자격 등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종결하는 것을 뜻한다. 앞서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1건을 제외한 비슷한 취지의 소송 7건에 대해 모두 소송 당사자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며 각하했다. 의대 증원 관련 정책의 직접 당사자는 의사나 의대생이 아닌 각 대학 총장이란 취지다.
하지만 항고심 재판부는 의대 재학생에 대해서만은 다른 판단을 내놓았다. 직접 상대방(총장)이 아닌 제3자도 행정처분으로 법률상 이익을 침해당하면 집행정지 등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 사건에서 제3자(재학생)의 법률상 이익을 비교적 넓게 인정한 판단이다. 여기에 집행정지의 또 다른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했다. 과다 증원으로 의대 교육이 부실화될 수 있단 취지다.
하지만 재판부는 "집행정지가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 수급이 이뤄지지 않아 필수의료·지역의료가 어려움에 처했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의대 정원 증원의 필요성 자체는 법원이 인정한 셈이다. 재판부는 "비록 일부 미비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이 엿보이기는 하나 현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일정 수준의 연구와 조사, 논의를 지속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에 의대생 학습권 침해 최소화를 주문했다. 재판부는 "의대생들의 학습 환경 사항은 대학 측이 가장 잘 파악할 것"이라면서 "향후 의대 정원 숫자를 구체적으로 정함에 있어서도 매년 대학 측의 의견을 존중해 자체 산정한 숫자를 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항고심 재판부가 집행정지를 기각·각하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측 대리를 맡은 이병철 변호사는 재항고를 통해 대법원 판단을 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와 긴급성이 인정된 점은 의료계의 승리"라면서도 "다만 정부의 공공복리가 우선한 점을 감안하면 무승부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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