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금감원 퇴사자 중 20대 14%
민간보다 낮은 처우, 높은 승진 문턱
금융감독원 고위직이 금융권으로 대거 진출하며 이들 간 유착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하지만, 금감원 MZ세대 직원들은 또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금융권 취업 준비생에게 '꿈의 직장',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선망의 대상이 되던 금감원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며 짐을 싸는 실정이다. 대부분 50대 이상이던 퇴직자 명단에 2030 직원 이름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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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자 49명 중 20대가 7명(14.2%)에 달했다. 2013~2020년 퇴직자 중 20대는 아예 없거나 한두 명에 그쳤으나, 2021년 4명과 2022년 5명에 이어 그 수가 더 늘어난 것이다.
상대적 박한 연봉, 인사 적체에 '떠날 결심'
젊은 직원이 공통적으로 문제 삼는 건 연봉 등 성과 체계다. 지난해 금감원 정규직 직원의 평균 보수는 1억1,000만 원(금감원 경영정보공개)이다.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은행이나 증권, 카드, 보험 등 민간 금융사 연봉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지난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직원 1인당 연봉은 1억1,600만 원, 5대 증권사(삼성·NH투자·한국투자·KB·미래에셋) 직원 평균 연봉은 1억3,800만 원이었다.
공공기관에 준하는 임금 규정을 적용받기 때문에 인상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지 않다는 하소연이 부쩍 많아졌다. 금감원 직원 평균 보수액 증가율은 2020년 1.3%, 2021년 0.15%, 2022년 3.1%, 2023년 0.5%로, 물가 인상률을 포함하면 제자리걸음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30대 금감원 직원은 "학창 시절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던 동기 중 나만 금감원에 합격해 은행, 증권사로 간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받았는데 지금은 (연봉 탓에) 박탈감이 크다"며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는 게 총기대소득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데 공감하는 직원이 많다"고 귀띔했다.
고질인 인사 적체도 젊은 직원의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기 위해 3급(수석조사역) 이상 상위 직급을 35%로 줄이는 '조직 다이어트'에 나섰고, 이를 위해 승진 문턱을 대폭 높였다. 5급(조사역)으로 입사한 대졸 직원은 통상 입사 5년 차에 4급(선임조사역)으로 승진하고, 15년 차 전후에 팀장급인 3급 승진 대상자가 된다.
예전 같으면 3급 승진이 어렵지 않았으나, 몇 년 전부터 높아진 승진 문턱을 넘지 못한 이가 많아지고 누적되면서 팀장 자리 하나를 놓고 네다섯 기수가 다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 선임급 직원은 "일은 점점 많아지는데, 부서장은커녕 팀장 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나갈 수 있을 때 빨리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로스쿨로 향하는 MZ 직원들
인사 적체는 젊은 직원이 외부로 눈을 돌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전히 금융권에서는 고위직 출신을 선호하고, 알게 모르게 자리를 마련해 주기 때문에 고위급 승진이 어렵다면 '미리 나가는 게 낫다'는 것이다. 4급 이상이면 이직 시 취업 제한에 걸리는 점도 고려한다. 젊은 직원 중 상당수는 취업 제한에 걸리지 않는 한에서 금융사나 스타트업 등으로 향하고 있다. 변호사나 회계사 등 자격증이 있는 직원은 비교적 이직 선택이 쉬운 편이다. 이 때문에 아예 로스쿨 등으로 진학하는 젊은 직원도 적잖게 나온다.
금감원은 젊은 직원의 이탈이 이어지자 최근 7년 만에 인사 제도 개선을 위한 외부 컨설팅을 발주한 상태다. 긍정적인 조직 문화 확산을 추진하고, 갈등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2030 직원 이탈을 막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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