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2위'…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다음
반서구·반인권 면모 두드러진 강경보수
"추락 헬기 전소… 라이시 대통령 사망"
19일(현지 시간)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63) 이란 대통령은 이란 내 서열 2위 강경파 정치인이다. 특히 36년째 이란을 이끌고 있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5)의 후계자로 점쳐졌던 인물이기도 하다.
1960년 성직자 가문에서 태어난 라이시 대통령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시아파 신학교를 다녔고, 19세였던 1979년에는 이란을 이슬람 근본주의로 물들인 이슬람 혁명에 동참했다. 그는 25세에 검사로 사법부에 첫발을 디뎠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테헤란 검찰청장과 검찰총장직을 거쳐 2019년 사법부 수장으로 임명됐고, 2021년에는 이란 대선에 출마해 당선되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이란의 정치 구조상 국가를 이끄는 수장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로, 종교·군사·재정 등 핵심 권한이 그에게 모두 집중돼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하메네이에 이은 서열 2위이며 국정 일반을 운영하는 역할이었다. 신학을 공부한 라이시 대통령은 하메네이의 제자로, 최고지도자 후계자로도 여겨져 왔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라이시 대통령은 반(反)서구·반인권적 면모가 두드러진 인물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그는 판사로 재직하던 1988년 반체제 인사 수천 명의 처형을 이끈 '사형위원회'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고, 2019년에는 이란 수감자에 대한 고문 등 인권 침해 혐의로 미국 재무부 제재 대상에도 올랐다. 2022년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사망한 뒤 반정부 시위가 불붙자, 이를 탄압하고 여성 복장을 단속하는 데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핵무기 개발 수순인 우라늄 농축을 지원하고, 국제사회 조사를 방해하기도 했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대외 정책에서도 강경 보수 성향이 강했으며, 그가 재임하는 동안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은 한층 공격적으로 변모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반목해온 45년간 물밑에서 서로를 공격하는 '그림자 전쟁'을 벌였지만, 이란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타격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한편으로는 16년 동안 단교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외교 관계를 지난해 3월 중국의 중재로 정상화하고 7년 만에 아랍에미리트 대사를 임명하는 등, 서방의 제재 속에서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도 추진해 왔다. 이번 헬기 사고 직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회담한 것도 라이시 대통령이 중시하는 주변국 외교의 일환이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20일 이란 관리를 인용해 전날 헬기 추락으로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의 사망이 공식화되면 이란 헌법에 따라 모하마드 모흐베르 제1부통령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승인을 얻어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된다. 또 이란의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수장들은 위원회를 꾸려 5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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