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40여명, 서울대공원서 박제 반대 집회
"평균 수명의 3분의 1도 살지 못하고 요절한 어린 호랑이 태백이의 박제를 중단하라!"
1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조각분수상 앞. 시민단체와 시민 40여 명이 지난달 사망한 시베리아 호랑이 '태백'의 박제를 철회해 달라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서울대공원 운영 책임이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동물원 동물을 위한 시민단체인 펜자(PENZA·사람 그리고 동물원의 동물)는 이날 집회를 열고 "질병으로 평균 수명의 3분의 1도 살지 못한 태백이를 박제하는 것이 어떤 자연사의 기록이며 국가자연유산의 의미가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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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부터 건강 이상 증세를 보여온 태백은 치료를 받던 중 5세의 나이로 지난달 19일 숨을 거뒀다. 대공원이 태백이 죽기 나흘 전 실시한 건강검진에서는 담도계와 간 기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가 확인됐고, 현재 외부 기관과 사인을 밝히기 위한 정밀 검사를 진행 중이다.
논란은 대공원이 태백을 박제하기 위해 냉동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시민들은 이미 호랑이 표본이 네 마리나 있는데 굳이 태백을 박제해야 하냐며 박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펜자는 성명서를 통해 "대공원 측의 주장처럼 유전자(DNA) 정보 전달이 필요하다면 일부 표본 추출로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판다 푸바오의 외할머니인 신니얼이 장폐색으로 죽은 뒤 중국 청두의 자연사 박물관에 박제돼 전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고 있다"며 "좁은 동물원에서 태어나 죽기 며칠 전까지 전시된 태백이를 박제한다는 게 신니얼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펜자는 또 "우리는 무조건적인 박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병사로 요절한 어린 호랑이인데 굳이 가죽을 벗겨 두 번의 고통을 주며 박제를 강행하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펜자는 호랑이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태백이 박제 반대를 계기로 만든 비영리단체로 앞으로 호랑이뿐 아니라 동물원 동물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활동할 예정이다. 정호영 펜자 대표는 "태백이를 보고 우울증을 극복한 분이 계실 정도로 태백이는 시민들 사이에서 슈퍼스타였다"며 "평생 전시를 위해 살다 죽어서도 교육적 미명 아래 박제를 한다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대공원 측의 관리 소홀 등으로 가람이, 수호 등의 호랑이가 세상을 떠났다"며 "전담팀이 구성된 코끼리처럼 앞으로 제대로 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줄 것을 대공원 측에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서울대공원 호랑이의 잇따른 사망과 관련, 관리 부실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 의원은 "3D프린팅과 홀로그램을 통해 생전 동물 모습을 구현할 수 있다"며 "박제 관행만 고집하지 말고 첨단 시대에 맞는 동물 보전 시스템을 활용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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