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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이모 대신 로봇? 뇌 닮은 반도체, 돌봄 구원투수 된다 [창간기획 : 초인류테크, 삶을 바꾼다]

입력
2024.06.05 04:30
수정
2024.06.12 16: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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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반도체 생태계의 진화
뉴로모픽 반도체 상용화한 미래에는
'필리핀 이모님' 대체할 로봇 나오고
주인처럼 운전하는 자율주행차 등장
센서와 결합하면 더 큰 시너지 기대

편집자주

AI와 첨단 바이오 같은 신기술이 인류를 기존 한계를 넘어서는 초인류로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올해로 창간 70주년을 맞은 한국일보는 '초인류테크'가 바꿔놓을 미래 모습을 한발 앞서 내다보는 창간 특별기획 시리즈를 총 6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지능형 휴머노이드를 인공지능이 상상해 그린 그림. 이현주 기자•달리3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지능형 휴머노이드를 인공지능이 상상해 그린 그림. 이현주 기자•달리3

올해 칠순을 맞이한 김슬기씨는 최근 돌봄로봇 '효미'를 구입했다. 인터넷에서 '1가구 1로봇 하세요'라는 광고 문구를 본 뒤였다. 김씨뿐만이 아니다. 주변 동년배 지인들도 속속 가전을 새로 바꾸듯 돌봄로봇을 집에 들이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에 의한 인간 돌봄 기능을 갖춘 지능형 휴머노이드가 저렴한 가격에 일반 가정에도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것. 키 170㎝에 무게 60㎏, 사람처럼 머리와 사지를 갖추고 이족보행을 하는 효미는 온갖 집안일을 거뜬히 수행하고, 허리 디스크 수술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의 재활 운동도 돕는다.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으로 한국어 구사가 자유자재로 가능해, 자녀들을 모두 독립시킨 김씨 부부에게 말벗이 되어주기도 한다.

효미가 김씨 같은 노부부 사이에서 인기를 끌게 된 건, 꽤나 쓸모 있는 성능과 별개로 유지 비용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효미는 과거 스마트폰처럼 밤사이 충전하는 것만으로 낮 동안 약 8시간 정도를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다. 저전력으로 가동돼, 매일 충전에 드는 전기료 부담도 적다. 돌봄로봇 대중화가 앞당겨진 건 AI와 휴머노이드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덕분이지만, 효미 안에 심어진 저전력 반도체인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 없이는 불가능했다.

두뇌 효율 모방하는 뉴로모픽 반도체

김재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공뇌융합연구단 선임연구원이 5월 23일 서울 성북구 KIST 연구실에서 뇌 모형을 들고 뉴로모픽 반도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김재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공뇌융합연구단 선임연구원이 5월 23일 서울 성북구 KIST 연구실에서 뇌 모형을 들고 뉴로모픽 반도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김씨와 효미의 이야기는 뉴로모픽 반도체가 상용화한 미래 시점을 상정한 가상의 시나리오다. 급속한 고령화로 돌봄 인력 수요가 빠르게 늘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지만 사실상 뾰족한 대책이 없는 우리 사회에, 가족처럼 노인을 돌보는 휴머노이드가 등장한다면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술이 더 발달해 아이까지 맡길 만한 믿음직한 로봇이 나온다면 '필리핀 이모님' 같은 논란도 불필요할 것이다. 어떤 정책도 정치인도 완전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사회 난제들을 첨단기술이 해결하게 되는 셈이다.

가족을 대신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등장을 앞당길 뉴로모픽 반도체는 현재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이후 개발될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감각 정보 처리, 운동 조절, 사고 및 기억 등 인간의 두뇌 작용을 모사하기 위해 뉴런(신경계를 이루는 기본 단위 세포)과 시냅스(뉴런과 뉴런 사이 접합부) 구조를 하드웨어 관점에서 모방한 반도체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현존하는 컴퓨터는 1945년 개발된 개념인 '폰 노이만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폰 노이만 구조는 중앙처리장치와 저장장치가 구분돼 있고, 데이터 계산 이후 정보를 저장장치에 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 순차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기 때문에 데이터 양이 많을 경우 병목 현상을 일으킨다. 그러나 인간 두뇌에선 계산과 저장이 공간의 구분 없이 한꺼번에 이뤄진다.

이 같은 두뇌의 데이터 처리 과정을 모방하려는 이유는 두뇌가 컴퓨터에 비해 훨씬 적은 전력을 소모하면서도 고도의 복잡한 기능과 계산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두뇌는 20와트시(Wh) 정도의 전력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일반 데스크톱 컴퓨터가 200~600Wh를 필요로 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인 셈이다. 이는 두뇌의 신경망이 특정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에만 작동하고,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때는 별도의 대기 전력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뉴로모픽 반도체 역시 이 같은 효율을 모방하기 위해 '사건 기반 동작'을 채택하고 있다.

2016년 3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다섯 번째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수를 두고 있다. 이세돌의 뇌는 약 시간당 20와트(W)의 전력을 소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당시 알파고는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해 훨씬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제공

2016년 3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다섯 번째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수를 두고 있다. 이세돌의 뇌는 약 시간당 20와트(W)의 전력을 소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당시 알파고는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해 훨씬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제공


로봇·자율주행차 완성도 높일 기술

인간의 두뇌는 고도로 발전한 뇌과학에도 불구하고 작동 원리가 100% 완벽하게 해독되지는 않았다. 다만 두뇌 특정 부위의 기능이나 작동 방식이 연구돼온 만큼, 일부분의 원리를 모방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김재욱 한국과학기술원(KIST) 인공뇌융합연구단 선임연구원은 두뇌에 존재하는 1,000억 개의 뉴런 중 80%가 밀집돼 있는 소뇌의 기능에 집중한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소뇌는 움직임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이어지게 하는 기능을 담당한다"면서 "이 같은 소뇌 기능을 모사하면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 특히 자율주행차의 승차감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자율주행 승차감 개선용 뉴로모픽 반도체 '퍼스트 클래스'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 전자제품 박람회)에 전시돼 있다. KIST 제공

김재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자율주행 승차감 개선용 뉴로모픽 반도체 '퍼스트 클래스'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 전자제품 박람회)에 전시돼 있다. KIST 제공

이를테면 김슬기씨의 자율주행차에 운전자의 운전 스타일을 학습할 수 있는 뉴로모픽 반도체를 장착했다고 상상해보자. 김씨가 먼저 주행을 하고 난 뒤 자율주행차가 김씨의 운전 스타일을 학습해 김씨에게 맞는 승차감을 제공할 수 있다. 또는 김씨 남편의 운전 스타일을 학습해 가족 구성원별로 개인화한 승차감을 구현할 수도 있다. 수많은 운전 스타일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려면 어마어마한 계산과 추론이 필요한 만큼 기존 폰 노이만 반도체의 전력 효율로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김 연구원의 연구진은 올 1월 미국 CES(소비자 전자제품 박람회)에서 이 같은 기능을 갖춘 뉴로모픽 반도체 '퍼스트 클래스'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베일 속 두뇌, 잠재력 큰 뉴로모픽

뉴로모픽 반도체는 아직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발전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까지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뉴런과 시냅스의 신경 신호만 모방하는 단계지만, 초저전력으로 가동되며 고도의 계산과 감각 처리를 하는 두뇌로부터 배우고 모사할 점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또 시각, 청각처럼 외부 정보를 인식하는 센서의 발전과 결합해 더 큰 효율을 낼 수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로봇공학자인 명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뉴런은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스파이크라는 펄스(짧은 전기 신호)를 내보내는데, 인간 시신경의 원리를 모방한 이벤트 카메라 역시 펄스 신호를 내보낸다"면서 "뉴로모픽 반도체는 이 같은 센서의 정보를 잘 처리할 수 있어 센서와 궁합이 좋은 반도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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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반도체 생태계의 진화

    1. '인간 한계 도전' SF 같은 신기술 7개는 무엇?
    2. 뉴로모픽, 3세대 AI 반도체로 주목...글로벌 패권 경쟁 '로딩 중'
    3. 전력 낭비 줄일 '2차원 소재 반도체' AI 무한 구동·메가 슈퍼컴 온다
  2. <2>안 아프고 100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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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3>어디서나 전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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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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