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호중 뺑소니 사고 이후 그와 팬들의 행태는 우리 사회에 법질서 경시 풍조가 얼마나 넓게 퍼졌는지 보여준다.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택시와 부딪쳤을 때, 차에서 내려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자신의 과실에 대해 책임졌다면 이렇게 커질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김호중은 충돌 이후 차를 몰고 사라졌고, 매니저가 대신 그의 옷을 입고 거짓 자수했다.
그는 사고 발생 17시간이 지난 후 경찰서에 출석해 음주 측정을 했다. 또 사고 전 유흥주점을 비롯해 여러 차례 술자리에 있었으면서도 “술잔에 입은 댔지만 마시지는 않았다”고 했다. 사고 후 캔맥주를 구매하기도 했다.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는 소속사 직원이 제거하는 등 기획사도 사건 은폐에 적극 가담했다. 사고 이후의 김호중 행적은 음주운전 처벌 관련 법의 허점을 정확히 아는 사람의 대처방식이다. 사고 후 캔맥주 구매는 사고 후에 술을 마셨다고 주장해 사후 혈중알코올농도 유추 방식인 위드마크 공식을 무력화하기 위해 종종 이용된다. 매니저의 대리 자수 역시 음주 사고 후 운전자 바꿔치기가 발각되더라도 법원 판결의 45%가 집행유예에 그친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후 비판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도 김호중은 11, 12일(고양) 18, 19일(창원) 두 차례 공연을 강행했고, 23~25일 공연도 그대로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행태는 뺑소니 혐의가 속속 사실로 드러나며 출국금지까지 된 가수를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눈먼 팬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하다.
결국 검찰총장까지 나서 “사법 방해에 엄중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유사한 거짓 증언과 사건 은폐가 그치지 않는 것은 유독 권력자와 유명인 앞에서 칼날이 무뎌지는 우리 사법 체계 책임도 크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에선 수사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는 등의 사법 방해를 중죄로 다스린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사법 방해 혐의로 물러났다. 우리도 사법 방해 관련법을 제정해서라도 ‘유명무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통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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