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운 신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어제 대통령실이 간여된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수사와 관련해 “공수처가 생겨난 맥락이 있다”고 밝혔다. 오 신임 처장의 첫 출근길 인사라 원칙적인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오 처장은 공수처 수사역량 여하에 따라 야당의 특검 처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대치 정국 향배가 걸렸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해병대의 채 상병 사건 자체 수사에 대한 대통령실의 외압 의혹과 'VIP 격노설'은 특검 정국의 배경이자 원인이다. 해병대 수사단 조사결과에 대한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불법 간여 내지 부당 지시 여부가 핵심 규명 과제다. 대통령실은 물론 윤 대통령까지 관련자 조사와 압수수색 등 필요 조치를 다 열어두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국민적 의혹은 더해질 것이다. 특검 거부권을 행사한 마당이니 대통령도 공수처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게 마땅하다.
특히 해병 1사단장을 포함한 관련자 8명의 과실치사상 혐의 적용 등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에 대한 경찰 이첩과 보류 과정에 윤 대통령 격노가 있었다는 박정훈 전 수사단장 주장에 대해, 이 말을 전했다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김 사령관은 21일 공수처 조사 과정에 박 전 단장과의 대질 조사를 거부하면서 “최고 지휘관과 부하가 대면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건 해병대에 더 큰 상처”라는 이유를 댔다. 사법기관의 사실 규명 절차에 응하지 않는 것 자체가 의문을 더할 뿐이고, 명예를 중시하는 군인답지 않은 처신이다. 윤 대통령 역시 취임 2년 기자회견에서 "무리한 실종자 수색에 대해 질책했다"며 관련 질문 취지와 맞지 않는 답을 했다.
이처럼 최고권력기관이 간여된 의혹 수사가 쉬울 리 없다. 그럴수록 신임 처장 말처럼 공수처 설립 목적에 맞게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후속 인사도 필요하다. 공수처 설립을 단독 처리한 야당은 수사역량을 믿지 못해 자가당착이란 말을 들으면서도 특검을 본회의 처리했다. 대통령실 외압 의혹 수사에 조직의 명운이 걸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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