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특검·국정조사·대국민사과 총공세
친명 지도부는 별도 대응 없이 자제
"'괜히 판 키울 필요 없다' 전략적 판단"
일각 "文 등판 때마다 스텝 꼬여" 불만도
친문 윤건영·고민정 "정치보복" 각개전투
盧 15주기 추도식, 李-文 총선 후 첫 만남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외교 논란이 여야 정치 공방으로 비화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친문재인(친문)계와 친이재명(친명)계의 대응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친문계는 "저급한 정치보복"이라며 격하게 반발하는 반면, 당 내 주류인 친명계는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당 안팎으로 지난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골이 깊어진 두 계파 간 갈등의 단면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양상은 당 자체의 대응 차원을 보면 알 수 있다. 국민의힘은 22일에도 특검·국정조사·대국민사과까지 꺼내 들며 '김정숙 때리기' 공세 수위를 한껏 높여 갔다. 그러나 민주당에선 친문계의 각개전투에 맡기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주류인 친명계와 지도부가 국민의힘에 대항하는 앞선으로 적극 나서고 있지 않는 것이다.
실제 논란 이후 당의 공식 논평은 "김건희 여사 물타기를 위해 김정숙 여사를 끌어들이는 비열한 정쟁을 중단하라"(19일)는 이해식 수석대변인의 메시지 한 건이 전부였다. 최고위원회의와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생트집 잡지 말라"는 진성준 의원 발언 정도였다. 그나마도 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이다.
그러다 보니 주요 스피커는 문 정부 청와대 출신인 윤건영, 고민정 의원이 주로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도 윤석열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역공에 나섰다. 고민정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외교부가 금방 탄로 날 초청장 문제를 제기하는 것부터 윗선에서 개입하거나 지시가 있었던 것"이라며 용산 배후설을 꺼내 들었다. '채상병·김건희 특검'의 시선 돌리기용이라는 주장이다. 윤 의원 역시 "윤석열 정권이 김건희 특검을 막기 위해 외교를 정쟁으로 끌어들였다"고 비판했다.
당 안팎에선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괜히 판을 키우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굳이 지나가는 이슈를 우리가 키워줄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고 했다. 다만 친명계 일각에선 문 전 대통령이 여권에 괜한 공세의 빌미를 줬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친명계 인사는 "지난 총선 부산 참패도 문 전 대통령 유세로 보수층이 막판에 결집한 것 때문 아니냐"며 "'문재인 등판' 때마다 스텝이 꼬이고 있다"며 난감해했다.
양측의 묘한 기류 속에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소속 22대 국회 당선자들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에 참석한다. 문 전 대통령과 '친문 적자'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친문계가 모처럼 대거 집결하는 자리로, 김 전 지사는 이날 문 전 대통령을 미리 예방해 부부동반 모임을 가졌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추도식에서 만날 예정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총선 이후 처음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