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토론회 벌써 시들...與 의원 참석 저조
대치 정국 회귀로 당정 오히려 끈끈
총선 백서도 '친한 vs 친윤' 갈등에 맹탕 전망
4·10 총선 참패 이후 고작 40여 일, 여권의 쇄신 동력이 빠르게 사그라들고 있다. 채상병·김건희 여사 등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 국면에 "일단 뭉치자"는 구심력이 강하게 작동하면서다. 잠룡들 간의 때이른 대권 차기 경쟁 역시 쇄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쇄신 토론회 벌써 시들...與 의원 참석 저조
바닥난 에너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은 '쇄신 토론회'다. 총선 이후 참패의 원인을 진단하고 자성하겠다는 취지로 한동안 줄을 이었지만, 벌써 시들해진 분위기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선진화재단 주최의 ‘자유우파 정치 복원의 과제’ 토론회도 마찬가지였다. 박재완 재단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낡은 성공 방정식을 과신한 나머지 오만한 '뺄셈 정치'와 무책임한 낙관론에 치우쳤던 우파 정치의 오류를 바로잡지 못했다"며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참패를 겪고도 자유우파가 철저한 진단이나 참회 없이 희생양 찾기나 임기응변에 급급하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하지만 정작 쓴소리를 들어야 할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토론회 장소를 마련한 박수영 의원이 불참했으며, 유일하게 참석한 중진 의원 2명도 10분도 안 돼 자리를 떴다.
대치 정국 회귀로 당정 '신 밀월 관계'로
원인으론 '내부 단결'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 등으로 여야 대치 정국이 심화하면서 중도·수도권·청년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쇄신의 필요성이 일단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추경호 원내대표가 주재한 3선 이상 중진 의원 모임에서는 쇄신보다 "일치단결하자"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급기야 총선 패배 원인으로 꼽힌 수직적 당정 관계가 '신(新) 밀월 관계'로 더 끈끈해지고 있다는 진단까지 등장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 초선 당선자들과 만나서 '내가 당의 호위무사가 되겠다'고 한 것을 보라"면서 "당정 모두 총선 참패는 벌써 잊었고, 전혀 바뀔 생각도 없다는 신호"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에도 윤 대통령은 당과의 거리두기에 인색한 모습이다. 당장 22일도 국민의힘 비례대표 당선자들과 만찬 모임을 가졌다. 한 초선 당선자는 "임기가 3년이나 남아서 대통령과 벌써 선을 긋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총선 백서도 '친한 vs 친윤' 갈등에 치여 맹탕 전망
당 안팎으로 기대를 모았던 총선 백서도 벌써부터 '산으로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백서가 채워질 것이란 말이 퍼지면서, 한 전 위원장 지지층의 반발을 사고 있다. '총선 패배는 윤 대통령의 책임이 큰데 한 전 위원장을 희생양 삼으려 한다'는 불만이다. 한 재선 의원은 "조정훈 특위 위원장 역시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치다가 최근 마지못해 불출마 선언을 하는 등 공정성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 잠룡들도 쇄신보다 상호 견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연일 한 전 위원장을 상대로 총선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다가 "차라리 탈당하라"는 당내 비판을 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전 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해외 직구를 제한하려던 정부 조치를 비판한 것을 두고 '처신'을 지적했다가 한발 물러섰다.
"집단 지도체제 회귀 시 당내 다양성 확보" 기대감도
다만 새 지도부를 꾸릴 경우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국민의힘 수도권 낙선자 중심의 모임인 '첫목회'의 이승환 서울 중랑을 당협위원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고위원 자리를 노리는) 친윤석열계 핵심들이 오히려 집단 지도체제 회귀를 요구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당내 다양성이 확보되고 당정 관계도 정상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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