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안드리아 자피라쿠 '세계의 교사'
"공학자는 다리를 만든다. 예술가는 그림을 만든다. 과학자는 로켓을 만든다. 선생님은 그 모두를 만들어낸다."
-'세계의 교사' 중에서
입시가 전부가 된 학교에서 '교육'의 주체로서 교사를 주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터에서 온갖 민원처리에 신음하는 교사들 스스로와 교사보다 일타 강사를 신뢰하는 학생들에게 '선생님'란 어떤 존재일까. 영국 런던 빈민가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미술 교사인 안드리아 자피라쿠는 자신있게 말한다. "교사는 학생의 인생을 바꾸는 존재"라고. 그리고 "그 교사는 학생들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세계의 교사'는 '교육계의 노벨상'이라 알려진 '세계 교사상(Global Teacher Prize)'을 받은 자피라쿠가 세계의 교사를 만난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범죄율이 높고 빈곤한 지역으로 꼽히는 지역의 학교에서 근무하는 는 잘 알려지지않은 헌신적인 교육자들을 찾아가 목소리를 듣고 그들에게 변화를 불러일으킨 학생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책엔 서른명의 교사가 나온다. 학교에 라디오방송국을 세운 아르헨티나의 마르틴 선생님, 학생들을 마을 재생 프로젝트에 참여시킨 스코틀랜드의 데이비드 교장 선생님, 인도의 작은 마을에서 낡은 축사를 초등학교로 바꾼 라니친 선생님, 북아메리카 이누이트 마을에서 자전거를 훔치던 학생들을 마을 영웅으로 만든 매기 선생님까지... 문화적 금기, 인종차별, 정신질환, 부패, 트라우마 등 어려운 과제를 극복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학생들과 연결되는 방법을 찾아낸 교사들에게선 '스승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 양방향으로 일어나는 것"이라는 명제를 증명한 30개 이야기를 관통하는 건 '용기'다. "이렇게 가르치려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에너지와 창의력, 추진력이 필요하고 전통적인 학교 구조에서 벗어나 근무시간 외에 일할 용기도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진정한 교육을 위해 필요한 것은 교사들에게나 학생들에게나 '용기'라는 것이다. 가르치는 아이들을 존중하고 믿으며 무엇이든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돕는 교사, 그리고 교사의 진심에 조응하며 교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학생, 그 학생으로부터 다시 배우고 성장하는 교사의 이야기에는 어린 세대와 살아가는 어른라면 귀기울일 수 밖에 없는 힘이 실려있다. "최고의 선생님은 학생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메시지는 몸과 마음이 마모된 현장 교사들에게 용기를 주고 교육을 고민하는 부모에겐 '아이를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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