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미중 관광 회담서 "중국 방문 환영"
실상은 反간첩법에 불심검문... 공포감은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관광객들이 직접 중국을 찾아 중국 문화를 경험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불심검문 조치가 예고되는 등 외국인들의 중국 여행 공포가 날로 커지는 상황과 동떨어진 호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열린 제14차 중미 고위급 관광회담 개막식에 보낸 연설문을 통해 "관광은 양국 국민의 교류와 이해를 위한 중요한 교량"이라며 "이번 회담이 양측 간 인적 교류 활성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인 관광객들이 중국을 여행하며 중국 친구들을 만나고 중국의 문화를 체험하며 아름다운 강산을 방문하는 등 중국을 직접 경험해 볼 것을 환영한다"고 시 주석은 강조했다.
중국, 무비자 크루즈 여행 등 '외국인 모객' 열중
이날 고위급 관광 회담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인적 교류를 확대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회담은 약 5년 만에 재개됐다. 미국에선 그랜트 해리스 미국 상무부 차관보가, 중국에선 노동·관광 정책을 담당하는 천이진 국무위원이 각각 회담 대표로 나서 양국 간 관광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실제 중국은 최근 외국인 여행객 편의를 대폭 확대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월 1일부로 미국인의 중국 관광비자(L비자) 발급을 대폭 간소화한 새 비자 발급 정책을 단행했고, 지난해 말부터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말레이시아 여권 소지자는 무비자로 중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달 15일에는 외국인 크루즈 관광객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시행했다. 코로나19 기간 침체된 관광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워 내수 활성화에도 자극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7월부터 휴대폰 불심검문... 여행객 공포감 커져
다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간첩 행위 적발을 목표로 한 중국 보안 당국의 조치가 외국인 여행객 유치 노력에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국가안전부(한국의 국정원 격)는 최근 "개인의 휴대폰·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불심검문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안보기관의 행정집행 절차 규정' 등을 발표했다. 오는 7월부터 적용되는 이 조치는 내·외국인 구분 없이 적용된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간첩 행위 예방 목적인 만큼 외국인 여행객들에 대한 무분별한 불심검문이 이뤄질 개연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반(反)간첩법 시행으로 확산된 중국 여행에 대한 공포감이 이번 조치로 인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 문화여유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찾은 외국인은 약 3,500만 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9,800만 명)의 30% 수준에 그쳤다. 미국과 호주 정부는 지난해 내놓은 '중국 여행 자제' 권고를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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