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섬 둘러싸듯 훈련 구역 설정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한 징계 조치"
라이 취임 뒤 매일같이 경고·제재
중국이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사흘 만에 대만을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라이 정권 초반부터 미국 방산업체에 대한 제재와 대대적 군사적 위협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기선 제압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23일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이날 오전 7시 45분부터 이틀간 대만해협과 대만 북부, 남북, 동부 및 진먼다오, 마쭈섬, 우추다오, 둥인다오 등에서 육·해·공군과 로켓군 병력을 동원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연합 리젠(利劍·날카로운 검) 2024 A'로 명명된 이번 훈련에서 중국군은 5개의 훈련 구역을 설정했는데, 대만 섬을 둘러싼 듯한 형세를 펼쳤다. 사실상 '대만 포위 훈련'이다.
중국군 "독립 세력에 대한 강력한 징계"
동부전구는 이번 훈련이 "대만 섬 주변에서 합동 해상, 공중 전투 준비 태세 점검, 표적에 대한 합동 정밀 공격 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이라며 함정과 군용기가 이미 대만 섬 인근 전투 순찰대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훈련은 독립을 추구하는 '대만 독립·분리 세력'에 대한 강력한 징계이자 외부 세력의 간섭과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동부전구는 강조했다.
중국 해경도 이번 훈련과 맞불려 합동 순항 및 비상 대응 능력을 점검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대만 연합보는 "(대만 섬에 대한) 상륙 작전만 빼고 대만 침공의 모든 요소가 이번 훈련에 포함됐다"고 짚었다.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처음 실시됐으며, 지난해 4월 차이잉원 당시 총통과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의장 간 회동 때도 비슷한 훈련을 실시했다.
'말 폭탄' '미국 기업 제재'...라이 정권 초반부터 강공
중국은 라이 총통 취임 직후 매일 대만의 새 정권을 겨냥한 '말 폭탄'과 '제재'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취임 당일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며 라이 정권을 몰아세웠고, 22일에는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을 포함한 12개 기업과 고위 관계자 10명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 20일 취임사에서 라이 총통은 '독립'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고, 통일도 독립도 추진하지 않는다는 뜻의 '현상 유지' 기조를 밝혔다. 하지만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서로에 종속되어 있지 않다"고 하거나 대만의 '주권'을 언급하는 등 라이 총통이 사실상 독립 의지를 드러냈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관영 환구시보는 23일 자 사설에서 "라이칭더의 말은 적개심과 거짓으로 가득 차 있다"며 "취임 초부터 대만 독립의 험악한 면모를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대만은 즉각 반발했다. 총통부는 "중국이 일방적인 군사 도발로 대만 민주주의와 자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비이성적 도발 행위"라고 비판하며 전군에 비상 대비 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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