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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VIP 격노, 접한 사실이 없어" 의혹 계속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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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VIP 격노, 접한 사실이 없어" 의혹 계속 부인

입력
2024.05.24 17: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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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격노설 반박 의견서 공수처 제출
"대통령 위법 지시라면 나도 피해자"
법리적 쟁점 제시하며 향후 공방 예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3월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차량에 오르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3월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차량에 오르고 있다. 공동취재단

해병대원 사망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자신은 'VIP(대통령) 격노설'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설사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해서 위법한 지시를 했더라도, 자신은 '피의자'가 아니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행위의 '피해자'에 해당한다며 무고함을 호소했다.

이 전 장관의 법률대리인 김재훈 변호사는 24일 'VIP 격노설'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제출한 의견서 내용을 공개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입장문에서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의 격노를 접한 사실이 없다"며 "대통령을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조치 의견에서) 빼라'는 말을 듣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VIP 격노설'의 시작은 지난해 7월 31일이다. 이날 오전 대통령실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해병대원 사망 사건 조사 결과(사단장 등 8명에게 혐의 적용)를 보고 받은 윤 대통령이 격노했고, 이어 대통령실이 군에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이다.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전달받은 국방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고 △이미 이첩된 사건 기록도 부당하게 회수했다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이 전 장관은 'VIP 격노'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에게 전달해, 이첩 보류와 기록 회수를 지시한 당사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은 △대통령의 격노 자체를 접하지 못했고 △'임 사단장 제외' 등에 대한 내용도 지시받거나 지시한 적 없다면서 연관 의혹을 부인했다.

'격노'를 강조하는 것이 일종의 '프레임'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격노인지 여부는 ①발언자와 청취자의 관계 ②청취자가 느끼는 주관적 감정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대통령이 차분하게 지시했으면 죄가 안 되고, 격한 목소리로 말하면 죄가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격노가 없었다'가 아니라 '격노를 접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는데, 자신과 관여된 부분에서만 의혹을 방어하겠다는 의도로 이런 표현을 선택한 것으로도 보인다. 격노 의혹이 있는 대통령실 회의에는 이 전 장관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격노가 실제 있었다라도 '격노를 접한 사실이 없다'는 이 전 장관의 해명이 틀리지는 않은 것이다.

나아가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격노해 위법한 지시를 했다고 하더라도, 법리상 자신은 죄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시를 받고 따른 자신은 직권남용의 피해자일 뿐, 가해자가 아니라는 논리다. 이 전 장관 측은 "(설령 대통령이 위법한 지시를 했다고 해도) 장관은 그 지시에 따라, 결재 번복이라는 의무 없는 일을 억지로 한 피해자"라며 "장관을 피고발인(피의자)으로 본 의혹 제기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건 이첩 및 회수, 결재 및 보류 모두 군사법원법상 국방부 장관의 권한이며,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권한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또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를 통해 바뀐 내용(혐의자를 2명으로 축소)도 사건 이첩 시 딸려 보내는 '조치 의견'일 뿐, 사건 기록은 모두 이첩했기 때문에 '수사 외압'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 장관 측의 이런 해석은 박정훈 대령 측 입장과 180도 다르다. 박 대령은 "수사단장의 독자적 내사 권한을 침해 당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 대령 측 변호를 맡았던 김경호 변호사는 "개정 군사법원법상 수사단장에게는 변사자에 대한 내사 권한과 이첩 의무가 있다"며 "국방장관이든 해병대 사령관이든, 그 내사 내용에 대해 가감하거나 이첩을 보류하는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선 이 점을 두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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