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강원도 인제의 한 부대에서 지난 23일 육군 훈련병이 ‘군기훈련’(일명 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졌다. 완전군장 한 채 긴 거리를 구보(달리기)하는 등 규정위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6명의 훈련병이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이튿날 완전군장을 하고 연병장을 돌았다고 한다. 그러다 한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상태가 안 좋아 보이자 동료 병사들이 현장 집행간부에게 보고했지만 꾀병 취급하고 무시했다는 것이다.
군기훈련은 군기 확립을 위해 지휘관이 절차와 규정에 따라 실시하는 체력단련이나 정신수양을 말한다. 과거엔 '얼차려'로 불렸지만 현재는 공식적으론 사용하지 않는 용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위험천만한 악습이 안전수칙을 간과한 채 벌어졌는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육군 병영생활규정 등에는 군기훈련 대상자의 신체상태를 고려하거나 사전 점검 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앞서 21일에는 육군 다른 부대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도중 수류탄이 터져 훈련병 1명이 사망하고, 소대장 1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모두 군 기강해이가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우리 군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주 국가보훈부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역한 장교 및 준·부사관이 9,481명이라고 한다. 사단급 규모의 군 간부가 떠났다는 얘기다. 병력감소가 군 전투력의 근간을 위협하는 마당에 안전사고마저 빈발한다면 누가 군에 문을 두드리겠나.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실종자 수색 중 해병대원이 순직했다. 구명조끼만 입었어도 생존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에서 많은 국민이 분노했지만, 이후 지휘자 책임 조사과정에 외압 의혹까지 더해졌다. 순직 병사에게까지 이런 대우를 하는데 어떻게 마음 놓고 부모는 자식을 군에 보내고, 젊은이는 입대를 하겠나. 군 당국은 현 상황을 부끄럽게 알고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군 사망사건 조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대책 역시 시급하다. 국가가 병역의무를 요구할 자격이 무엇인지를 군은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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