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구조 작업… 주민들 맨손으로 땅 파
인구조사 미비로 피해 파악 난항
"지진·많은 비·난개발, 산사태에 영향"
대형 산사태가 발생한 파푸아뉴기니 엥가주의 산악 마을에서 27일 주민들이 직접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태평양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에서 일어난 대형 산사태로 인한 매몰자 수가 2,000명이 넘는다는 정부 추산이 나왔다. 주민들이 맨손으로 땅을 파며 수색에 나선 가운데 생존자 구조는커녕 시신 수습조차 난항을 겪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파푸아뉴기니 국가재난센터는 유엔에 보낸 서한을 통해 지난 24일 오전 엥가주(州) 산악 지역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2,000명 이상이 산 채로 매장됐다"고 밝혔다. 이는 유엔 추정치의 3배 규모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당초 '100명 이상'으로 추정했던 사망자 수를 산사태 발생 사흘째인 전날 670명 이상으로 올려 잡은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현재 발굴된 시신은 단 6구에 불과하다. 국가재난센터에 따르면 위험한 지형 등으로 인해 구조대와 중장비 진입이 어려워 구조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사고 현장으로 가는 주요 도로도 산사태로 막힌 상태다. 인명 구조의 골든 타임만 허비되고 있다. 지역사회 지도자인 미옥 마이클은 "생존자가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다"며 "주민들이 사고 첫날부터 (맨손으로) 땅을 파고 있지만 거대한 바위로 뒤덮여 시신을 찾을 수 없다"고 미국 CNN방송에 말했다.
정확한 피해 집계도 어려울 전망이다. 파푸아뉴기니 당국에 따르면 피해 지역은 주민 4,000명이 거주하는 곳이다. 하지만 파푸아뉴기니의 마지막 인구조사는 2000년에 진행됐기 때문에 현재 정확히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 지역에 살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국은 어떻게 피해자 수를 집계했는지 구체적 근거는 들지 않았다.
이번 대형 산사태의 원인으로는 지진대에 있는 산악 지형과 기후변화로 인한 많은 비, 무분별한 난개발 등이 꼽히고 있다. 파푸아뉴기니는 지진 활동이 활발해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있으며, 국토 대부분이 거친 산악 지형이다. 최근 몇 년 새 이상 기후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가 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 광물을 파내고 나무를 잘라내는 무분별한 개발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