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이 지분을 보유한 동 아연 납 철광석 니켈 리튬 코발트 등 7대 핵심 광물의 광산 수가 36개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전 세계 1만5,123개 광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반면 중국은 1,992개, 미국은 1,976개에 달했다. 국내 자원 부존량이 적은 일본(134개)도 우리의 4배에 가깝다. 광산의 총 생산량과 기업 지분율을 곱한 우리 기업의 귀속 생산량도 핵심 광물 전 세계 총합의 1%에 못 미쳤다. 아연과 납, 리튬의 한국 기업 귀속 생산량은 사실상 0이었다.
더 큰 문제는 핵심 광물의 전 세계 생산량이 특정국에 편중돼 있는 데다 우리나라의 특정국 의존도는 더 심하다는 사실이다. 니켈은 인도네시아가 전 세계 생산량의 53%를 차지하고 있는데 우린 황산니켈의 68%를 핀란드로부터 수입했다. 리튬도 전 세계 생산량의 47%는 호주가 떠맡고 있지만 우린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의 88%를 중국으로부터 들여왔다. 코발트도 콩고민주공화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68%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나 우린 산화코발트와 수산화코발트의 중국 수입 비중이 73%에 달했다. 단 한 곳의 수입만 막혀도 관련 산업 전체가 멈출 수 있다는 얘기다.
4차 산업혁명으로 수요가 늘어난 핵심 소재용 광물의 안정적 확보는 이제 국가적 과제다. 긴 안목과 호흡으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펴야 하는 이유다. 처음부터 민관이 하나가 돼 탐사와 투자, 금융 지원, 수출국 정부와의 신뢰 구축 등을 추진하는 건 필수다. 물론 안팎으로 떠들면서 자원 외교에 나서는 건 가격만 올릴 수 있는 만큼 지양해야 하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무조건 뒤엎는 어리석음도 반복해선 안 된다. 조용하면서도 꾸준히 상대국과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특정 국가 의존도가 심한 핵심 광물은 다른 나라로 수입처를 분산시켜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도 시급하다.
미국과 중국 갈등은 기술과 관세에 이어 언제든 자원 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시점이다.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건 이제 경제뿐 아니라 안보를 위해서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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