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미국판 등 해외 협업 활발
제작사는 국내 투자 줄자 해외로 눈길 돌려
“내수 기반 양질 콘텐츠 생산 기본” 경계도
영화 투자배급사 CJ ENM은 ‘지구를 지켜라’(2003)의 미국판 ‘부고니아’ 제작을 최근 공식 발표했다. ‘가여운 것들’(2023)로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에 오른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메가폰을 잡고, 할리우드 배우 에마 스톤과 제시 플레먼스가 출연한다. 미국 인기 드라마 ‘석세션’(2018~2023)으로 유명한 작가 윌 트레이시가 각본을 맡는다. CJ ENM은 미국 영화사 스퀘어펙, 엘리먼트픽처스와 공동 제작을 한다.
CJ ENM은 올해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미국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제작에도 참여했다. “CJ ENM이 실적이 부진한 국내 대신 해외로 사업 무게중심을 옮겨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CJ ENM의 영화·드라마 부문 매출은 수출이 3,258억 원으로 내수(404억 원)보다 8배가량 많다.
“국내 돈줄 말랐다… 해외가 살길”
국내 영화계가 해외 합작과 리메이크 등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극장가가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해외 합작과 리메이크는 국내 영화계의 오래된 사업 방식이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2003)은 2010년대 미국에서 이미 새롭게 만들어졌다. 1960~1970년대 한국과 홍콩 합작은 흔한 일이었고, 2000년대에도 한국·중국·일본 합작 영화 ‘무극’(2006)과 ‘묵공’(2007) 등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전 합작이 시장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면 최근 합작은 국내 영화계 투자 가뭄의 영향이 크다.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극장 관객 급감 등으로 돈줄이 마르면서 투자를 축소하자 제작사들이 해외로 눈을 적극 돌리고 있다. 올해 칸 필름 마켓(지난 15~20일) ‘프로듀서 네트워크 프로그램’에 한국 영화인 5명이 첫 참가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칸 필름 마켓은 세계 최대 영화 거래 시장 중 하나이며 ‘프로듀서 네트워크 프로그램’은 각국 영화인들의 교류 증진을 위해 마련된 자리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오은영 이오콘텐츠그룹 대표는 “흥행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로 국내에서 중급 규모 예산 영화를 만들기는 더욱 힘들어졌다”며 “여러 나라와의 협업으로 제작비를 모으는 게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래 황금시장' 동남아시아 개척 바람
해외 시장 개척과 관련 가장 주목받는 곳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다. 한국 콘텐츠 선호도가 유난히 높은 데다 영화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한국 흥행 영화를 새롭게 만들어 잭팟을 터트렸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2022년 인도네시아에서는 ‘7번방의 선물’(2013)을 리메이크한 ‘7번방의 기적’이, 베트남에서는 ‘극한직업’을 현지에 맞춰 제작한 ‘극이직업’이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에 비해 10분의 1 정도인 제작비 규모도 매력적이다. 국내 웹툰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영화사와 합작을 추진 중인 정종훈 크리픽쳐스 대표는 “한국이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인도네시아가 제작을 하면 시너지를 낼 여지가 크다”며 “지금보다 미래 잠재력이 더 크다”고 밝혔다.
해외 시장 쏠림 현상이 국내 영화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동하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대표는 “내수를 기반으로 한 좋은 콘텐츠 양성이 산업의 기본”이라며 “이를 지원할 새로운 모태펀드(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정부 기금 펀드)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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