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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일정 없던 민주유공자법 野 단독 처리, 친정 손들어준 김진표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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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일정 없던 민주유공자법 野 단독 처리, 친정 손들어준 김진표 의장

입력
2024.05.2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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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거부권 부담에 김 의장 고민
양곡관리법과 가맹사업법 등은 표결 안해

더불어민주당 국회부의장 후보인 이학영(왼쪽 두 번째)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및 보훈부 장관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국회부의장 후보인 이학영(왼쪽 두 번째)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및 보훈부 장관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반대 입장을 밝힌 민주유공자법 제정안(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이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당 등 야당 주도의 단독 처리였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강행 처리라고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국가보훈부는 곧바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유공자법 제정안은 국가가 민주화운동 관련 사망·행방불명자 및 장해등급 판정을 받은 부상자를 유공자로 예우하는 법이다. 이미 특별법이 있는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외에 유신반대투쟁과 6월 항쟁, 부마 항쟁 관련자와 유가족 등 다른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도 포함된다.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 교육과 취업, 의료, 대부, 양로, 양육 등 혜택을 주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민주화 운동 참여자들의 최소한의 명예회복 차원에서 법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상자 선별의 모호한 기준 등을 문제 삼으며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고 비판해왔다.

법안 처리는 마지막까지 진통이었다. 당초 이날 의사일정에 민주유공자법이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21대 마지막 본회의인 만큼 해당 법안의 상정이 불가피하다고 밀어붙이며 김진표 국회의장을 압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표결 때부터 합의되지 않은 의사일정이라며 본회의장에서 전원 퇴장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단독으로 민주유공자법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7개 쟁점법안에 대한 부의 요구의 건을 가결했다. 부의는 본회의에서 안건을 심의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는 의미로, 법안 표결에 부치는 상정 여부를 두고 김진표 의장 '결단'이 필요했다. 부의에서 상정까지 보통 24시간 숙려 기간을 거치는 국회법 조항이 있지만, 민주당은 의장 판단으로 긴급 상정이 가능하다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정부가 곧장 거부권 행사에 나설 것이 뻔히 예상된다는 점에서 김 의장의 고심도 이어졌다. 21대 국회가 채 하루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재의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사실상 대통령의 거부권 횟수만 늘려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김 의장은 '절충안'을 선택했다. 정부가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온 법안 4개 중 민주유공자법만 표결에 부치되,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 가맹사업법안 등은 상정하지 않았다. 양곡관리법은 윤 대통령의 1호 거부권 법안으로 민주당은 수정된 양곡관리법을 직회부하면서 처리 의지를 보여 왔다. 김 의장은 여야 이견이 크지 않았던 법안 3개도 상정해 통과시켰다. 농어업인들의 정책 참여를 촉진하는 농어업회의소 법안과 한우산업 발전을 위해 농가를 지원하는 내용의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 제정안, 세월호 피해구제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 법안 등이다.

김 의장은 "이날 처리되지 않은 3개 법안(양곡관리법, 가맹사업법, 농수산물유통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은 여야 정부 이견이 커서 처리하지 않았다. 연금개혁안 합의 처리를 위해 29일 본회의가 개최될 수 있는 만큼 여야가 합의하면 내일이라도 처리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나머지 3개 법안이 상정되지 않은 데 대해 김 의장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유공자법 등이 통과돼 너무 기쁘다. 윤 대통령은 지체 없이 공포해주길 촉구한다"며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들의 분노를 머리에 쌓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거대 야당의 일방 이야기를 듣고 강행처리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이날 합의 없이 처리된 법안들에 대해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윤주 기자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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