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 들개 9마리 공고 없이 안락사
사하구에선 올해 포획한 60%가 강아지
부산 사상구의 유기동물보호소가 포획한 유기견을 들개라는 이유로 입양공고조차 하지 않고 안락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에는 대표적 대형견 품종인 리트리버도 포함돼 있었다.
29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단체는 사상구의 들개 포획 현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포획한 들개 9마리를 동물보호법에 따른 공고 절차도 없이 안락사시켰음을 확인했다. '유실, 유기동물을 보호할 경우, 소유자 등이 보호조치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지체 없이 7일 이상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는 동물보호법 제40조를 위반한 것이다.
단체에 따르면 구청 담당자는 공고를 올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들개라서 주인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들개를 육안으로만 구분하긴 어려운 데다 설사 들개로 포획되었다 하더라도 현행법상 소유자를 찾는 공고 절차는 거쳐야 한다. 단체 측은 "유기되거나 목줄이 풀린 경우도 있을 텐데 들개로 예단하고 안락사한 것은 어리석은 행정적 판단이었다"며 "특히 리트리버도 공고 없이 안락사됐는데, 어쩌면 애타게 찾고 있을 보호자를 만날 기회를 앗아갔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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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구의 경우, 올해 포획한 들개 36마리 중 21마리가 5~6개월령의 강아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들개 포획은 일반 유기동물과는 달리 포획과 보호비용(마리당 총 50만 원)이 높게 책정된다. 이 때문에 포획하기 어려운 성견 대신 강아지를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실적을 쌓고 있는 것으로 단체 측은 보고 있다.
김세현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들개라는 이유로 공고에도 오르지 못한 개들은 입양 기회조차 없이 무분별하게 살처분됐다"며 "마당개의 미중성화 등 관리소홀이 근본적 원인이지만 이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포획에만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사상구와 사하구를 포함한 부산의 위탁 유기동물보호소에서는 유실·유기동물을 안락사시킨 뒤 자연사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는 의혹(본보 5월 29일 보도)도 제기된 상태다. 부산은 보호소 내 유기동물 자연사 비율이 전국 평균 27%(지난해 기준)보다 2배 이상 높은 약 60%로 전국 1위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이사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임에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유기동물보호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며 "지금이라도 동물복지 시스템과 정책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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