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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에 뚫리고 오물 풍선에 당하고… 北 변칙 도발에 빈틈 보인 '즉·강·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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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에 뚫리고 오물 풍선에 당하고… 北 변칙 도발에 빈틈 보인 '즉·강·끝'

입력
2024.05.31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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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 풍선' 공격에 감시만
심리전 재개는 넘어야 할 산 높아
변칙 도발에 방어 허점만 노출됐다 지적

북한이 남쪽을 향해 타이머가 설치된 260여 개의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낸 가운데 29일 경찰관이 경남 거창군 위천면의 농경지까지 날아온 오물 풍선을 살펴보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북한발 풍선 추정 잔해가 서울 도심에서도 발견돼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서 군·경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육군 대신 전해드립니다' 제공·뉴스1

북한이 남쪽을 향해 타이머가 설치된 260여 개의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낸 가운데 29일 경찰관이 경남 거창군 위천면의 농경지까지 날아온 오물 풍선을 살펴보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북한발 풍선 추정 잔해가 서울 도심에서도 발견돼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서 군·경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육군 대신 전해드립니다' 제공·뉴스1

북한이 지난 28일 야간을 틈타 살포한 260여 개의 '오물 풍선'에 대한 대응책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회색지대(grey zone) 도발'로 불리는 '공격인지 아닌지 아리송하지만, 타격은 타격대로 입히는 소소한 도발'에 허점을 노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란은 우리 군의 대응 방식에 기인해 불거졌다. 2022년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가 유유히 사라졌을 때처럼, 군은 북한의 '오물 풍선'이 낙하할 때까지 추적·감시 외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다. 풍선에 신경독소 VX 등을 담은 화학전 공격 가능성과 우려도 제기됐지만, 전방 화력부대에 적용되는 '즉각, 강력히, 끝까지(즉강끝)'도, 원점 타격이나 몇 배 응징도 이뤄지지 않았다. 회색지대 도발 앞에선 우리 방어 체계가 공허한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전문가들은 명확한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군 "원점 감시정찰 통해 상황 판단… MDL 인근 사격은 분쟁 소지"

군 당국은 이를 '가장 적합한 판단'에 따른 '행동 조치'였다고 설명한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30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북한군의 활동을 예의 주시하면서, 풍선 부양 원점에서부터 감시정찰을 했다"고 전제한 뒤, "낙하물에 의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격추를 위해 사격할 경우 우리 탄이 군사분계선(MDL) 이북으로 넘어가면 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 평가를 통해 낙하시켜 안전하게 회수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원점 감시정찰'을 통해 생화학무기 여부를 사전에 판단했고 △MDL 인근에서 격추시키지 않은 것은 안전과 분쟁 방지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낙하 후 수거' 학습한 北, "특이한 군사적 목적 도발"로 이어질 수도

그럼에도 "이번 작전은 안이했다"는 전문가들 평가가 적지 않다. 전직 군 관계자는 "북한에 또 풍선을 날려 보내더라도 한국 군은 '낙하 후 수거'만 할 것이라는 학습을 하게 해준 꼴"이라며 "공중에서 포획을 하거나, 풍선의 진로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군 안팎으론 북한이 풍선을 이용해 실질적인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26일 오물 풍선을 예고했던 북한 김강일 국방성 부상의 담화가 주된 근거다. 김 부상은 당시 우리 측의 대북전단 살포를 "특이한 군사적 목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는 위험한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우리 측 전단 살포를 멈추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오물 풍선을 띄우겠다는 경고로 얼마든지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군의 대응책은 여전히 마땅치 않다. 그나마 대북 심리전 재개가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 실장은 "군은 대북 심리전에 항상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대응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되는데, 이를 현실화하기엔 국회의 벽이 만만치 않다.

북한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교란 공격 역시 마땅한 응징 수단이 없다. 군사적으로 GPS 방해 전파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게 군이 내놓는 설명이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즉강끝' '몇 배 응징' 무색게 하는 회색지대 도발, 의도된 전술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규정 등을 비판하며 "도발해오면,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역시 '즉강끝' 원칙을 북한 도발의 대응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군사 전문가는 "북한은 최근 해킹 등 사이버전을 비롯해 무인기·풍선·GPS 등 대응하기 어려운 형태의 도발을 일삼고 있다"며 "여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결국 군과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북한은 이를 노려 저비용의 도발을 반복하면서 남남갈등, 여론 선동 등 가성비 높은 효과를 노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최근의 '소소한 도발'이 전초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의 이번 GPS 공격은 우리 군의 대응 방식에 대한 사전 점검이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 북한과 밀월관계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전자전 능력을 과시한 바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이 올해 초 '지휘통신수단들을 맹목시켜(눈멀게 해) 적의 전쟁수행 능력을 마비시키는 데 최대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북한이 이미 EMP(핵전자기파)탄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2017년 6차 핵실험 후 "초강력 EMP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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