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내가 전 남편과 이혼하라 했다" 편지
세 자녀엔 "종교적 신념으로 혼외자와 살겠다"
재판부, 2008년 11월 이전 외도 시작 가능성
"혼인 관계 존중했다면 도저히 이럴 수 없어"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이 결정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최 회장의 '유책 행위'를 조목조목 꾸짖었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는 20일 최 회장에게 역대 최대인 1조3,808억 원의 재산을 노 관장에게 현금 분할하는 동시에, 정신적 손해배상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라며 이렇게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과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의 관계가 시작된 시점은 김 이시장이 이혼한 2008년 11월 이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이 2013년 노 관장에게 보낸 편지에는 '내가 김희영에게 (당시 남편과) 이혼하라고 했고 아이도 낳으라고 했다. 모든 것이 내가 계획하고 시킨 것'이라고 적혔다.
그는 2014년 세 자녀에게 보낸 옥중편지에서 "종교적 신념에 의해 김희영이 낳은 혼외자와 같이 살기로 했다", "너희는 잘못도 없는데 나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다른 형사 사건에서 법정 증언 등으로 "나는 김희영의 이혼소송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두 진술이 배치된다"며 법정 증언과 편지 중 어느 것이 거짓이더라도 심각한 문제이며, "원고 주장의 신빙성에 전반적으로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과거 횡령 사건의 핵심 공범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을 통해 김 이사장을 취직시켜 준 점도 꼬집었다. 재판부는 김 이사장이 전 남편과 2008년 6월 미국에서 이혼할 때, 판결문에 그의 직업이 김원홍이 투자하던 중국 상하이 소재 기업 직원으로 기재돼 있다는 점을 들어 2008년 이전 부정 행위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혼인관계 존중 없어…노소영에 정신적 충격"
재판부는 2013년 최 회장이 보낸 편지에 대해 "혼인관계의 유지·존속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고 결정적 내용"이라며 "만약 최 회장이 노 관장과의 혼인관계를 존중했다면 도저히 이럴 수 없다"고 질타했다. 또 "2009년 5월 노 관장이 암 진단을 받은 것을 보면 최 회장의 행동 자체가 노 관장에게 정신적 충격을 줬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최 회장이 2015년 언론을 통해 김 이사장과의 혼외 자녀의 존재를 알리는 과정에서도 유책 행위가 있다고 봤다. 노 관장과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김 이사장과의 공개 활동을 이어가며 "상당 기간 부정행위를 지속하고 공식화하는 등 헌법이 보호하는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이 혼인파탄을 노 관장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며 2022년 1심 판결 이후 경제적 지원을 중단한 데 대해 "원고가 부부간 의무 이행을 충실히 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최 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 만난 노태우 대통령의 맏딸 노 관장과 1988년 결혼했다. 그러나 2015년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 사이에서 낳은 혼외 자녀의 존재를 공개하며 이혼 의사를 밝혔다. 2년 뒤 신청한 이혼 조정이 노 관장의 반대로 무산되자 2019년 이혼 소송으로 번졌다.
연관기사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