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 폐지한 '오세훈법' 당사자
"지구당은 국민 아닌 당대표 위한 것" 비판
한동훈 나경원 윤상현 이어 안철수도 찬성
20년 전 '지구당 폐지'에 앞장섰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정치권의 '지구당 부활' 주장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당권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찬성 입장을 밝히는 등 여권 내에선 전당대회 출마 여부, 차기 대권 경쟁과 맞물려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구당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극 제왕적 당대표를 강화할 뿐"이라고 썼다. 그는 "과거 지구당은 지역 토호의 온상이었다"며 "지구당위원장에게 정치 헌금을 많이 한 사람이 지방의원을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고, 그들은 지역 이권에 개입했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최근 지구당 부활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을 향해선 "당대표 선거에서 이기고 당을 일사불란하게 끌고 가려는 욕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지구당은 과거 선거구 단위로 설치됐던 중앙당 하부 조직을 말한다. 지역구 주민 의견을 중앙 정치에 반영하려는 목적으로 설치됐지만, 사실상 지구당위원장의 선거 사조직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결국 2004년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오 시장 주도로 폐지됐고, 관련 법안들은 '오세훈법'으로 통칭됐다.
지구당 부활 반대에 가세한 여권 인사는 오 시장뿐만이 아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지구당 부활 논쟁은 반(反)개혁일 뿐만 아니라 여야의 정략적인 접근에서 나온 말"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개딸 정치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고 우리 당은 전당대회 원외 위원장들의 표심을 노린 얄팍한 술책에 불과하다"고 했다. 5선 고지에 오른 김기현 의원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수수 사건에서처럼 여전히 정치 현장에서 돈이 오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국민의 불신이 높다"며 "'정치와 돈'의 관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과 나경원·윤상현 의원에 이어 안 의원도 이날 지구당 부활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제 지역구에 다른 당의 원외 지역사무소가 생기는 것을 환영한다"며 "그래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서 젊은 정치 신인들이 합법적으로 당협사무소나 지역사무소를 둘 수 있고, 미래를 위한 기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당권주자로 꼽히는 이들이 원외 당협위원장 표심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직 지자체장인 오 시장이나 홍 시장, 전직 대표였던 김 의원같이 당권 경쟁에서 멀어져 있는 인사들과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지구당 부활 반대 주장에 나선 이들은 오히려 보수 진영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한 전 위원장(한국갤럽·5월 7~9일)을 견제 차원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원외에서는 지구당 부활 필요성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조해진 전 의원은 이날 "원외 위원장이나 정치 신인은 정상적인 정치활동을 하려면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어야 하는 처지"라며 "풀뿌리 당원활동의 활성화와 정당정치 정상화를 위해 지구당을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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