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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은 50년 전, 지금과 다른 지정학적 시대에 만들어졌다. 그래서 지금은 G7을 확장해야 할 때다. 한국을 추가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2023년 11월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의 주장이다.
주요 7개국(G7)은 1970년대 국제사회가 세계경제의 위기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출범했다. 1971년 닉슨 쇼크와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1973년 1차 석유파동을 등 여러 경제 문제에 직면한 당시 서방 선진국들 사이에서는 통화, 무역, 에너지 등 거시경제 정책 공조를 정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러한 배경에서 1975년 11월 파리 교외의 랑부예(Rambouillet)성에서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6개국의 제1차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이후 1976년 푸에르토리코 정상회의에서 캐나다가, 1977년 런던 정상회의에서 유럽위원회 위원장이, 2010년 캐나다 무스코카(Muskoka) 정상회의부터 유럽이사회 의장도 참여하게 됐다. 러시아의 참여와 이탈을 제외하면 지난 50년간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그러나 클레인 전 비서실장이 지적한 것처럼 세계는 지금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현재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지정학적 갈등이다. 미국과 중국 간 전략 경쟁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도 글로벌 지경학적·지정학적 질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동시에 G7의 글로벌 영향력도 약화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G7이 애초에 새로운 경제질서 수립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탄생했다는 점에서 현재 세계경제 규모 2위인 중국을 포함하지 않은 G7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1975년에는 주요 7개국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생산했지만, 최근 그 비중은 약 40%로 줄어들었다. 반면 1970년대 3%에 불과했던 중국의 비중은 2022년 18%까지 커졌다. 2007~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G7 무용론이 커지면서 브라질, 중국, 인도 등 거대 신흥 시장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주요 20개국(G20)이 따로 만들어진 이유다. 일부 전문가들은 G20의 힘과 위상이 G7을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G20의 회원국은 전 세계 GDP의 약 78%,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3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중 전략 경쟁과 지정학적 갈등으로 최근 G20도 무용지물이 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 진영으로의 '블록화'가 진행되면서 두 진영이 같이 존재하는 다자플랫폼은 그 어떠한 합의와 결정도 내리지 못하며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이에 따라 ‘지금이 바로 G7에 새로운 국가를 추가해야 할 때’라는 인식이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G7이 직면한 문제의 성격이 변화하고 G7의 역량이 쇠퇴하면서 G7 확대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유명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크먼도 “G7이 더 이상 세계 경제의 대부분을 대표하지 못하고 유로-대서양 지역에 치우쳐 있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중국의 부상과 도전을 고려할 때 일본이 유일한 아시아 회원국이라는 점은 G7의 가장 큰 한계라는 것이다. 심지어 올해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이탈리아 안에서도 2024년 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대하지 않은 것을 “중대한 전략적 실수(massive strategic mistake)”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따라서 G7은 약화되는 그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멤버를 찾는 게 순리였고, 실제로 그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G7이 새로운 멤버를 추가한다면 현재 역량으로 볼 때 한국의 가입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G7 정상회의 회원국 자격요건은 높은 경제발전도, 자유민주주의, 세계 경제운영에 미치는 영향력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역량, 공통 가치, 의지”를 보유하고 있는지가 G7의 가입 기준이었던 것이다.
한국을 그런 기준에 따라 분석하자. 먼저 역량 차원에서 보면, 세계은행의 최신 데이터 기준으로 한국은 13위의 경제대국이다. 그러나 중국, 인도 등 인구가 많은 반면 1인당 GDP가 낮은 국가들을 제외하면 한국의 순위는 9위까지 상승한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국제관계학 교수이자 브뤼셀 자유대학의 한국 석좌인 라몬 파체코 파르도도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 이탈리아와 대등한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경제력만으로는 G7 진입 불가능하다. 세계 경제순위 2위인 중국이나 5위인 인도가 G7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반면, 그보다 경제력이 뒤처지는 이탈리아나 캐나다는 당당히 G7의 일원으로 국제사회를 주도하고 있다. G7의 가장 큰 공통점의 하나는 바로 민주주의가 확립된 나라라는 점인데,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미 이들 나라 수준으로 성숙된 상태다.
또 글로벌 영향력도 중요한 자격요건이다. G7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문화적 영향력과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국제 담론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의 선도적 대응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부각하는 전환점이 됐고, 2021년 6월 처음으로 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후 윤석열 정부는 한국을 '글로벌 중추 국가'로 만들겠다는 목표의 일환으로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적 영향력 확대를 반영해 지역 및 글로벌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최근 데이터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의 데이비드 레이브스타인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U.S. 뉴스(U.S. News)와 협력하여 고안한 2024년 국가별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종합 국력에서 6위이며 산업경쟁력과 문화적 영향력에서는 각각 7위를 차지했다. 이는 기존 G7 멤버인 이탈리아, 캐나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가입 가능성이 있는 호주를 앞서는 수준이다. 최근 글로벌 한류와 K방산 열풍도 도움이 되고 있다.
글로벌 환경 변화와 한국의 위상 변화로 한국의 G7 가입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들도 남아있다. 한국이 G7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기존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한계와 기회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합류와 관련, G7 국가들에서 나오는 우려를 살펴보면 △중국에 대한 한국의 태도 △경제력보다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한국의 정치·외교력 △일본과의 역사 문제 등이 핵심적으로 거론된다.
이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단독으로 중국과 상대하기보다는 G7의 일원으로 중국을 상대하는 것,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 열린다는 점, 그리고 G7이라는 틀에서 한일관계를 제도적으로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G7이 우리에게 주는 기회다.
결국 G7 합류는 역대 최고의 한미관계와 정상화된 한일관계를 바탕으로 유럽 국가들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한국은 주변국을 넘어 외교 정책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플레이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근 한국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선출은 이러한 노력을 더욱 뒷받침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는 G7 가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국내 지지와 공감대를 얻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한중관계 약화에 따른 경제적 리스크를 고려할 때, G7 합류를 통해 국제무대에서의 한국의 역할 강화가 한국 국민에게 주는 혜택을 분명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연원호 박사는?
연원호 박사는 미중 전략 경쟁, 경제안보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외교부 북미국 및 경제안보외교 정책자문 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과 시사점'(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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