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녹색혁명, 아프리카를 가다]
<하> 벼만 심는 게 아니다
가나·세네갈 차관 인터뷰
"일반 ODA와 다른 K라이스벨트"
"식량위기 극복한 한국 배우고파"
아프리카에선 지금도 인구 5명 중 1명이 굶주리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한데, 국가 재정 상황마저 좋지 않아 수입도 사실상 어려운 곳이 많다. 이에 전 세계 여러 나라는 아프리카의 식량 부문에 공적개발원조(ODA)를 하고 있다.
지난달 찾은 세네갈과 가나 농식품부 관계자들은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K라이스(쌀)벨트' 사업에 각별히 감사함을 표했다. 식량 제공에 그치는 단순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농사 짓는 법'을 알려줘 자력갱생을 돕는다는 이유에서다. 알파바(Alpha BA) 세네갈 농축식량주권부 차관과 야우프림퐁 아도(Yaw Frimpong Addo) 가나 식품농업부 차관을 만나 각국 상황을 들어봤다.
알파바 세네갈 농축식량주권부 차관
-세네갈의 쌀 수급 상황은.
”과거에는 필수식품이 아니었지만, 지금 쌀은 세네갈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곡물이다. 1년 생산량(140만 톤)보다 많은 150만 톤이 추가로 더 필요하다. 부족한 만큼 수입하는데, 국제 쌀 가격에 따라 국가 전체 경상수지가 크게 달라질 정도다.”
-K라이스벨트 사업 참여 계기는.
“본보기 모델이 필요했다. 한국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 세네갈이 추진하는 경제부흥계획(PSE)의 1순위가 농업 분야다. K라이스벨트는 종자, 보급, 개발 등 체계적으로 세분화한 데다 지속가능하다. 다른 나라의 ODA는 여러 요구를 하고 막상 사업이 종료되면 모든 게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다르다. 전문가를 파견해 기술을 직접 알려주고, 세네갈에 맞는 이스리6, 7 같은 종자도 개발해줬다. 우리도 한국처럼 기막힌 농업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되고 싶다.”
-농기계를 거의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
“맞다. 농기계 이용률 데이터를 통계로 내본 적이 없다. 그냥 다 손으로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 오게 될 농기계가 조작이 쉬워 많은 농민이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세네갈은 서아프리카 내에서 쌀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지만, 생산 상황은 열악하다. 천수답에 의존하는 농지가 절반 이상이고, 농기계 이용률은 0%에 가깝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세네갈이 농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농업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선진 협동조합 모델을 배우고 싶다.”
야우 프림퐁 아도 가나 식품농업부 차관
-가나는 쌀을 많이 수입하나.
“그렇다. 생산량이 필요로 하는 양의 절반(97만 톤)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주로 태국, 미국, 인도에서 수입한다. 수입량은 매년 12.5%씩 증가하고 있고, 식량 작물 중 최대 수입 품목이다.”
-국토의 약 57%가 농지에, 토양도 비옥한 편이라고 들었다.
“가나인은 쌀을 좋아하는데, 쌀 재배엔 많은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물을 끌어다 쓸 수 있는 관개시설이 전무하다. 천수답에 의지하고 있다. 한국 파견 기관(코피아센터)에서 가나는 2모작, 3모작이 가능하다고 해 놀랐다. 현재 1모작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진행된 K라이스벨트 시범사업 결과는.
“목표치보다 많이 생산했고, 품질도 무척 좋다. 현지인 입맛에도 꼭 맞는다. 너무 기쁘다. 훌륭한 종자를 개발해 줘 고맙고, 모내기 등 한국의 농사 방법을 알려 줘 고맙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 우리 사례를 보더니 K라이스벨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크라주 다웨냐 지역에 벼 종자 생산단지가 성공적으로 건설됐으면 좋겠다. K라이스벨트 프로그램을 잘 따라가면 우리도 10년 뒤에 조금씩 자립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나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바라는 바가 있다면.
“작년 한국에 가 보고 무척 놀랐다. 우리보다 생산성이 10배 이상은 높은 것 같은데, 한국에는 혹시 농업의 신이 있나(웃음). 한국도 식량자급률이 낮아 고생하던 시기가 있었다고 들었다. 극복 비결을 배우고 싶다. 가나는 전기 부족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는데 태양광 등 농업연료 문제도 한국의 도움을 받고 싶다.”
K라이스벨트 사업은
벼 종자부터 생산 기반, 유통 체계까지 쌀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한국의 노하우를 아프리카에 전수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다. 쌀을 원조하는 개념이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 스스로 2027년까지 다수확 벼 종자 1만 톤을 생산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연간 3,000만 명에게 안정적으로 쌀을 공급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착수한 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고 있다. 현재 서아프리카(4곳), 중앙아프리카(1곳), 동아프리카(2곳) 등 총 7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으며, 3개 나라가 추가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K녹색혁명, 아프리카를 가다]
글 싣는 순서
<상> 생명의 쌀띠, K라이스벨트
<하> 벼만 심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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