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각하'
일각에선 "무책임한 결정" 비판도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정부가 구호 조치 등 책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에서, 헌법재판소가 유족들의 청구를 물리쳤다. 2014년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10년 만에 비로소 나온 때늦은 결론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세월호 참사 유족 76명이 국가의 부작위(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가 위헌이었음을 확인해 달라고 낸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헌법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각하했다. 각하는 청구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보고, 청구 내용을 판단하지 않고 소송을 끝내는 것이다.
세월호 유족은 2014년 참사에서 정부의 책임을 묻는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했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동안 정부가 구조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가가 헌법상 기본권 보호 의무를 저버렸다는 주장이었다.
다수 재판관(이종석 김형두 이영진 이은애 정형식)이 각하 의견을 냈다. 세월호 승객에 대한 구호조치가 이미 끝나 현 시점에서 유족의 기본권이 침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참사 관련자의 민·형사책임이 법원에서 다 가려졌기 때문에 헌재에서 더 구제할 법적 권리가 없다는 취지다.
이들은 "헌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에서 대형 해난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국가의 포괄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며 "법원은 형사적으로 세월호 사고 관련자에 대한 유죄를, 민사적으로는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가 세월호 사고 이후 법을 제정하여 재난대응체계를 정비하고 신속한 구조가 가능하도록 재난 안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을 이유로 예외적인 심판청구이익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재판관들(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정정미)의 생각은 달랐다. "대형 해난사고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고, 법원의 민·형사판결과 헌법 재판의 의미가 다른 점 등을 고려하면 예외적으로 심판 청구의 이익이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반대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국가가 세월호 참사 유족의 기본권을 침해했음을 인정했다. △세월호 침몰 이후 해양경찰의 초기대응 실패 △해경 지휘부의 미흡한 판단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의 안일한 대응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막대하게 커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특정 국가기관이나 개인에게 돌리기 어려울 수 있으나, 모든 행위들이 총체적으로 결합해 생명권 보호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을 구성한다"며 "대형 사고가 발생하고 있던 상황에서, 국가가 국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 결론이 10년이나 걸린 것을 두곤, 법조계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양홍석 변호사는 "10년이 걸린 것부터 말이 안 되고 민·형사 재판이 다 끝나는 걸 보고 나서야 각하한다는 결론은 국가기관의 효용성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다"며 "상당히 무책임하고 비겁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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