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전파교란 공격으로 GPS 수신 장애
"정부, 상황 안 알려주고 피해 없다고" 분통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가 먹통이라 조류 흐름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어요.”
지난달 29일부터 닷새째 이어진 북한의 GPS 전파교란 공격으로 서북도서 어민들이 조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까지 북한의 전파 교란 공격으로 GPS 수신에 문제가 있다는 신고가 1,100여 건 접수됐다. 군용 GPS는 교란 방지 능력이 강력해 군사 작전에는 별 다른 영향이 없고, 항공기나 대형 선박도 대체 항법을 쓸 수 있어 혼선이 없는 가운데 눈에 띄는 피해는 인천 옹진군 백령도와 연평도, 덕적도, 이작도 등 서해 어민에게 집중되고 있다.
대표적인 피해 사례는 북한의 전파 공격으로 GPS 플로터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다. GPS 플로터는 선박 위치 등 GPS 정보를 전자해도에 표시해주는 장치로, 차량 내비게이션과 유사하다. 실제 백령도 앞바다에 떠 있는 어선이 GPS 수신 장애로 전자해도상 북한에 가 있는 것으로 표시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장태헌(70) 백령도 선주협회장은 “배가 북한으로 올라간 것으로 나오니 조업에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혀를 찼다.
특히 통발 어선들은 사실상 조업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지장이 크다. 그물을 쳐 꽃게, 조기 등을 잡는 닻자망(네모 모양 그물)이나 안강망(자루 모양 그물) 어선은 날이 맑으면 육안으로도 어업이 가능하지만 통발 어선들은 전자해도를 보고 따라다니면서 소라, 낙지, 돌게 등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바다 이곳저곳에 설치한 어구를 찾지 못해 조업을 나갔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어선들도 생겨나고 있다. 통발 어업을 하는 한 어민은 “지금이 소라철인데 조류가 동쪽으로 흐르는지, 서쪽으로 흐르는지 구분이 안 돼 투망(그물을 침)을 못하고 (기존에 뿌린 통발) 양망(그물을 끌어올림)만 겨우 하고 있다”며 “그저께(5월 31일) 시험 삼아 뿌린 통발을 찾는 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안강망 등 다른 어선들도 날씨가 나빠질지 몰라 속을 태우고 있다. 장 선주협회장은 “지금은 날씨가 좋아서 통발 쪽에만 피해가 집중돼 있지만 안개가 끼는 등 날씨가 나빠지면 안강망 등 어선들도 바다에 나갈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어민들은 북한의 GPS 전파교란 공격으로 인한 공식 피해가 없다는 정부 발표에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박태원(63) 전 연평도 어촌계장은 “어민들은 조업을 못하고 있는데 정부는 정확한 상황도 알려주지 않고 피해가 없다고만 한다”고 황당해했다. 조만간 백령도 등에서 (해상) 사격훈련이 예정돼 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어 어민들 걱정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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