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종섭 등 통화기록 공개에
공수처 내 직권남용 회의론 힘 잃어
사법처리 불문 의혹 전반 확인키로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확인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부 기류가 '이게 될까'에서 '수사해볼 만하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대통령실 개입 정황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던 초반에는 "직권남용죄 적용이 쉽지 않다"는 회의적 의견이 적지 않았으나,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의 통신기록 등이 드러나며 개입 의혹이 더 짙어졌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사실관계 전반을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특별검사 도입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건 수사 초기엔 공수처 내부에서도 이 전 장관 등 피고발인들의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내부 의견이 엇갈렸다. 사법처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군사법원법상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권한 여부 △국방장관의 권한 △수사외압의 동기로 지목된 'VIP(윤 대통령) 격노설' 등을 따져봤을 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에 무리라는 회의론이 더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군사법원에 제출된 윤 대통령, 대통령실 관계자, 이 전 장관 등 의혹의 핵심 관계자들의 통신기록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통신내역을 보면 ①수사기록 경찰 이첩 보류 지시(2023년 7월 31일) ②수사기록 회수(8월 2일) ③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8월 9일) 등 외압 의심 기간 중 대통령실과 정부 관계자들이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특히 8월 2일에는 휴가 중이던 윤 대통령이 해외 출장 중이던 이 전 장관에게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해 총 세 차례 18여 분간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대통령실이 적극적으로 채모 상병 사망사건을 관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공수처에선 제기된 의혹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처리 여부와 무관하게 채 상병 사건 의혹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될 여론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검찰도 예민한 사건이나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사안에 대해선, 사법처리 여부와 무관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해 그 진위를 밝히곤 한다.
공수처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는 측면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도입돼 사건 기록 일체가 특검에 넘어가면, 자칫 부실 수사 여부를 특검으로부터 검증받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를 대통령이 방해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라며 "공수처는 VIP 격노설이나 대통령실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결론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실관계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대통령실을 수사하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며 "여론의 압박을 느낄수록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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