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전 때도 오물 투하는 안 해"
6일부터 대북 전단 20만 장 살포 계획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탈북민단체가 대북 전단을 계속 날려 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의 조치에 오물 살포 중단을 밝힌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3일 발표한 '김정은 즉각 사과하라'라는 성명에서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1·2차 세계대전에도 서로가 애드벌룬을 이용해 수백억 장의 전단(삐라)을 보내고 남북한도 수억 장의 전단을 보낸 적 있었지만 '오물쓰레기'를 투하한 적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한국 국민들과 미국 교포분들께 호소해 구입한 타이레놀과 비타민C, 마스크 등을 사랑하는 북한 동포들에게 보냈다"며 "우리는 사실과 진실, 사랑과 약과 1달러 지폐, 드라마와 트로트를 보냈는데 여기에 오물과 쓰레기를 보낸단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김정은은 적반하장 격으로 '대북 전단을 보내면 대남 오물쓰레기를 100배 보내겠다'며 삼류 양아치도 낯 뜨거운 공갈, 협박을 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을 저들이 군림하는 수령의 노예로 알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왜 정부와 국군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가"라고 항의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우리 탈북자들은 행동할 것"이라면서 "김정은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오물쓰레기를 보냈지만, 탈북자들은 2,000만 북한 동포들에게 진실과 사랑을 보낼 것"이라고 대북 전단 살포 의지를 강조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6일부터 한국 드라마와 가수 임영웅의 노래가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 5,000개와 대북 전단 20만 장을 날린다는 계획이다.
북한은 이날까지 1,000여 개의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날리고 서북도서 일대에서 닷새 연속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공격을 감행하며 우리 측에 피해를 입혔다.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전날 담화를 통해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겠다면서 "한국 것들이 반공화국 삐라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양과 건수에 따라 백 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탈북민단체 등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로 갈등이 고조될 우려도 있다. 2014년 10월 탈북민단체가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대북 전단이 담긴 풍선을 날려, 북한이 풍선을 향해 경고 사격을 한 적도 있다. 당시 우리 군도 대응 사격에 나섰고, 인근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정부는 해당 단체와 소통하면서 상황을 주시 중이지만 당장 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을 수단이 마땅치 않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을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위헌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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