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 도입해 전월세 틈새 시장 파고들어
외국인도 이용하며 월평균 4,000건 거래
왜 부동산 임대 계약을 전세와 월세(전월세)로만 할까. 박형준(42) 대표가 2018년 창업한 신생기업(스타트업) 스페이스브이는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했다.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박 대표에게는 새로운 사업의 출발점이었고 부동산 시장에서 볼 수 없던 혁신의 바람을 일으켰다. 이 업체가 2019년부터 제공하는 '삼삼엠투'는 주 단위로 부동산 계약을 할 수 있는 단기 임대 플랫폼 서비스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박 대표를 만나 부동산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킨 혁신에 대해 들어봤다.
법과 관습이 만든 전월세 시장
해외에서는 부동산 임대 계약을 하면 필요한 만큼 개월 수를 정한다. 이 같은 단기 임대 방식이 국내에서는 낯설다. 워낙 기본 2년 계약의 전월세 시장이 공고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법과 관습이 전월세로 대표되는 국내 부동산 임대 시장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집주인이 전월세를 2년 미만으로 계약하면 손해라고 생각해요. 중개수수료가 자주 나가고 매번 계약을 새로 해야 하니 귀찮거든요. 주택임대차보호법도 계약 기간 2년을 보호해 주도록 돼 있어요. 그렇다 보니 법과 관습 때문에 2년 계약이 고정됐죠. 법과 관습이 시장을 만든 셈이에요."
하지만 정작 수요자들은 2년을 고집하지 않는다. 일과 공부, 여행, 집 수리 등 여러 이유로 짧은 기간 부동산 임대 계약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1조에도 일시 사용이 명백한 경우 계약 기간 2년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돼 있어요."
박 대표는 이처럼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 지점을 파고들었다. "단기 임대를 원하는 수요가 항상 있는데도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공급이 위축됐기 때문이죠. 잘못된 인식과 불편한 거래, 중개수수료와 계약에 걸리는 시간 등 공급이 위축된 이유를 해소하면 단기 임대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봤죠."
이를 위해 만든 것이 삼삼엠투 서비스다. "삼삼엠투는 10평 규모인 33㎡를 의미해요. 사람이 1, 2명 살 수 있는 10평 내외 원룸이나 오피스텔 수요가 많다는 것에 착안해 지은 이름이죠."
주 단위로 계약
삼삼엠투에서는 모든 계약을 주 단위로 한다. 따라서 한두 달이 아닌 3주 등 한 달 미만이나 두 달 보름 등 전월세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계약이 가능하다. "집주인은 주세를 받아요. 두 달을 살아도 8주에 해당하는 주세 계약을 하죠. 대신 임대료가 월세보다 약 30% 비싸요."
대신 보증금이 적다. 삼삼엠투에서는 임대 기간에 상관없이 보증금을 무조건 33만 원으로 고정했다. "일반 월세 계약에서는 보증금을 월세 대비 10~20배를 받아요. 월세 50만 원이면 보증금을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받죠."
모든 거래는 입주부터 퇴거까지 얼굴을 볼 필요 없이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를 통해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거래 절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사는 것처럼 간단하다. "집을 빌릴 경우 앱에서 지명과 지도를 이용해 원하는 동네를 찾으면 임대 목록이 떠요. 이 중에 골라서 원하는 기간을 입력하면 집 주인에게 전달되죠. 집 주인이 거래를 승락하면 카드와 계좌 이체 등 편한 방법으로 주세를 결제하면 돼요. 계약서는 전자 문서로 자동 작성돼 서버에 저장되죠."
거래 당사자 간 궁금한 점은 앱에서 대화창으로 해결한다. "집주인은 집을 빌리는 사람의 직업, 나이, 반려동물 여부 등을 물어봐요. 이런 정보를 알려주지 않으면 계약이 무산돼요. 집을 빌리는 사람도 최근 전세 사기 때문에 집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많이 물어보죠."
단점을 경쟁력으로 뒤집다
집주인은 방 정보와 사진을 앱에 올리면 삼삼엠투의 심사를 거쳐 빌려 줄 수 있다. "내부 심사팀에서 집주인이 입력한 정보가 정확한지 하루 정도 걸려 심사해요. 해당 장소에 가보지는 않지만 집주인과 통화해 미진한 부분에 대해 수정 요청을 해요. 단기 임대를 원하는 집주인은 돈 벌려는 목적이 강해 허위 정보를 올리지는 않아요. 다만 방 조건 등을 과장할 수는 있죠."
과장을 막기 위한 장치도 따로 있다. 임대료에 도입한 거래안전장치인 애스크로 서비스다. "처음 계약하면 임대료를 집주인에게 송금하지 않고 보관해요. 집을 빌린 사람이 입주 후 만족한 경우에 임대 확정 버튼을 눌러야만 임대료가 전달돼요. 만약 집주인이 사실과 다른 정보를 올리면 계약이 취소되니 집주인도 조심하죠. 임대료도 삼삼엠투를 거쳐 전달해요."
보증금은 아예 집주인에게 주지 않고 삼삼엠투에서 보관한다. 집주인과 빌리는 사람 모두를 위한 조치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는 등 분쟁이 많아서 이를 막기 위한 조치죠."
집을 빌린 사람이 물품을 훼손할 경우에 대비한 보험도 도입했다. "지난 1월 한화손해보험과 손잡고 삼삼케어 임차인 배상책임 보험을 만들었어요. 집을 빌린 사람이 물품을 파손하면 1,000만 원, 불이 나면 1억 원을 보상하죠. 집주인 입장에서 낮은 보증금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죠."
눈여겨볼 부분은 단기 임대 계약의 단점을 뒤집어 경쟁력으로 바꾼 것이다. 단기 임대의 단점은 잦은 계약의 번거로움과 수수료 부담이다. 이를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바꿔 번거로운 절차와 수수료를 크게 줄였다. "삼삼엠투에서는 온라인에 올린 사진을 보고 집을 빌려요. 빌릴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전체 계약 대비 10% 미만이에요."
중개수수료도 기존 월세 대비 크게 낮췄다. "법에서 정한 월세 계약의 중개수수료는 월세에 100을 곱하고 여기에 보증금을 더한 금액의 0.4~0.5%를 받게 돼 있어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70만 원이면 최대 40만 원의 중개수수료를 내죠. 반면 삼삼엠투는 보증금을 제외하고 월세 대비 3% 수수료를 적용해 2만1,000원만 받아요."
강남 학원 가려고 외국인들도 이용
삼삼엠투의 이용자는 출장, 이직, 취업 등 일과 여행 및 휴식 때문에 단기 임대를 많이 한다. 그런데 특이하게 외국인들도 삼삼엠투를 이용한다. "서울 강남의 학원가는 해외에서도 유명해요. 외국인들이 방학 때 강남 학원에 자녀를 보내려고 단기 임대를 많이 해요. 심지어 토익 학원 다니려고 단기 임대 계약을 하는 외국인도 많아요."
덕분에 삼삼엠투의 앱 내려받기 횟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100만 건을 넘었다. 지금까지 앱에 올라온 임대 매물은 누적으로 약 3만 건, 월평균 4,000건의 거래가 발생한다. "집 한 채, 방 한 칸 등 다양한 단기 임대 매물이 올라와 지난해 거래액이 260억 원을 넘었어요."
이에 따라 수수료를 기준으로 한 매출도 급성장해 지난해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매출이 약 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6배 성장했어요. 올해 매출 목표는 5.5배 성장이 목표입니다."
직원 26명의 이 업체는 대교인베스트먼트, 위벤처스 등에서 누적으로 12억 원을 투자받았다. "플랫폼 사업은 빠른 성장을 위해 많은 이용자 확보가 중요해서 올해 추가로 투자를 유치할 계획입니다."
대기업 다니다가 공인중개사로 변신
연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한 박 대표는 2008년 삼성화재해상보험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그는 방재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며 고객사들의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 일을 했다. 그렇게 4년을 일한 그는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2012년 친척이 운영하는 서울 역삼동 공인중개사 사무실로 출근했다. 그곳에서 그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회사 다니면서 정해진 일만 하다보니 답답했어요. 어려서부터 하고 싶었던 창업을 위해 퇴사했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했어요. 식당을 하려고 돌아다니다가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부동산 중개는 대기업이 하지 않고 있으며 지역성이 강해서 외부에서 침투하기 힘든 만큼 창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봤죠."
이후 2013년 대학 후배와 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리너스를 창업했으나 부동산 전문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 그만두고 부동산 경매업체 이라이트비전을 거쳐 2016년 부동산중개 전문업체 미스터홈즈부동산의 자회사 대표를 맡았다. "경매와 임대 관리로 유명한 두 부동산업체에서 배운 것들이 재창업의 밑바탕이 됐죠."
앞으로 관건은 경쟁 상황이다. 박 대표가 틈새시장이라고 본 단기 임대 시장이 최근 에어비앤비와 겹친다. "에어비앤비가 단기 임대 시장까지 확대하고 있어요. 문제는 숙박시설과 주거용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에요. 숙박업은 다중이 이용하기 때문에 안전과 위생에 신경 써야 해서 국가의 허가와 관리가 필요해요. 이런 경계를 에어비앤비가 흔들고 있죠. 주택에서 불법 사업하라는 셈이죠."
그래서 그는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택과 숙박업소의 회색지대에 있는 사업에 대해 정부가 규제와 진흥정책을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어요. 앞으로 1인 가구의 증가로 단기 임대 이용자가 늘면 애매모호한 기준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과 우려가 커질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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