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에 따라
육상에선 확성기·실사격 훈련 준비
서해상에선 K-9 자주포 훈련 예고
'9·19 군사합의' 효력이 4일 정지되면서 우리 군은 육상과 해상, 공중에 설정된 적대행위금지구역(완충지역)에서의 포 사격 등 군사훈련 재개를 공식화했다. 북한의 각종 적대행위에 상응하는 대비 태세를 군사합의 이전 수준으로 돌린 것이다. 다만 대응 수위는 북한의 도발 양상에 따라 단계적으로 높여나갈 방침이다.
국방부는 4일 "정부는 우리 군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활동에 더 이상 제약을 받지 않도록 9·19 합의의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며 “이러한 조치는 그동안 9·19 합의에 의해 제약받아 온 군사분계선, 서북도서 일대에서 우리 군의 모든 군사활동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휘관 명령만 있으면 군사분계선(MDL) 근처 사격훈련 등 그동안 제한됐던 모든 훈련이 재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효력 정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에 따라 이날 오후 3시부터 발효됐다.
"그간 제한됐던 모든 훈련 재개"
군은 북의 최근 오물 풍선 공격 등에 대응책으로 거론한 대북 확성기 운영도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운영 시점에도 "제한은 없다"고 강조하며 "고정형 대북 확성기와 이동형 차량에 부착하는 기동형 확성기를 운영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 등이 있을 시 설치와 시험 방송에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동형 확성기를 먼저 운영하겠단 뜻을 내비친 것이다. 고정식의 경우 설치와 점검 등에 이틀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대북 확성기는 MDL 일대에서 북한을 향해 한국 노래와 날씨 등을 방송하는데, 북측으로 약 20~30㎞ 거리까지 소리 전달이 가능해서 ‘가장 강력한 심리전 수단’으로 꼽힌다. 천안함 폭침(2010년),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2015년), 4차 핵실험(2016년) 등 북한의 주요 도발 때마다 우리 군이 확성기 카드를 꺼내 들었던 이유다. 2018년 철거 직전까지 전방 지역 10여 곳에 고정·이동식 확성기가 40여 대 설치 운용됐지만, 지금은 모두 해체돼 관련 부대에 보관 중이다.
서해 포 사격 훈련 예고, 다만 주민과 마찰 관건
당장 일선 부대에서는 육상과 해상 훈련의 폭을 넓힌다. 특히 북한과의 접경지에서 자제해오던 실사격 훈련이 본격화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육군은 전방지역에서의 사격, 그리고 연대급 이상 기동훈련 등을 자체적으로 계획해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사격 훈련은 부대에서 계획된 훈련 일정에 따라 MDL 5㎞ 이내에 위치한 3, 4개 사격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서해상 K-9 자주포 사격 훈련도 본격 재개될 전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에 있던 해병대 장병들이 다 (접경지와 떨어진 곳으로) 내려와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런 것 없이 정상적으로 (접경지대에서) 훈련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이달 말~다음 달 초 K-9 자주포 등을 동원한 사격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해병대 관계자는 "합참 승인이 떨어지면 (곧바로)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군은 접경지 일대 주민 불편 등을 십분 고려, 신중한 모습이다. 군 관계자는 "서북도서 해상 훈련은 꽃게 성어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주민들과 협의해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와 통일부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운영 또한 인근 주민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