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집회를 진행한 시민운동가 겸 문학가 송경동(57) 시인에 대한 벌금형이 확정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 시인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9일 확정했다. 송 시인과 함께 기소돼 일반교통방해 및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은 시민운동가 등에게는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각각 확정됐다.
송 시인은 2015년 2월 서울 종로구에서 50여 명과 함께 관할경찰서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옥외 집회를 연 혐의로 2016년 10월 기소됐다. 송 시인은 당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제도를 폐기하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송 시인 혐의를 일부 유죄로 보고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재판은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의 재판이 분리되거나 병합됐고, 증인 다수를 불러 신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1심 결론이 나오는 데에만 5년이 넘게 걸렸다.
송 시인은 신고의 대상인 '집회'가 아닌 '기자회견'에 참여했을 뿐이고, 옥외집회라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위험성이 없어 헌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집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도 1심과 같았다. 경찰이 자진 해산 요청과 해산명령을 했음에도 계속해서 행사를 이어간 점 등을 고려한 결과다. 재판부는 "행사 장소의 현황, 참가자 수, 피케팅과 구호제창 등에 비출 때 기본권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위험성이 적어 사전 조치가 필요 없는 집회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소사실 중 주간 소음기준 75데시벨(dB)을 초과하는 소음으로 주변에 피해를 준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확정됐다. 집회 당시 현장의 풍속을 확인할 객관적 자료가 없어 바람에 의한 잡음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근거였다. 대법원도 원심을 받아들여 상고를 기각하고 송 시인에 대한 벌금형을 확정했다.
2001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송 시인은 제12회 천상병 시문학상, 제6회 김진균상, 제29회 신동엽 창작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한진중공업 파업 등을 지지하는 '희망버스'를 기획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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