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오물 풍선 대량 살포 이후 남북 긴장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 4일 남북 간 ‘9ㆍ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했다. 앞서 북한은 2일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한다”며 ‘치고 빠지기’식 입장을 냈지만, 정부는 탈북민단체의 상응한 대북 전단 살포계획을 용인키로 하는 등 적극 대응 입장을 고수했다. 군은 5일 이달 중 서북도서 K-9 자주포 사격훈련 재개 계획과 미 B-1B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와 폭격 훈련 사실까지 밝혔다.
오물 풍선을 살포했다고 9ㆍ19 군사합의 정지까지 하는 건 과잉 아니냐는 주장이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11월 23일 9ㆍ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했지만, 우리라도 합의를 고수하면 북한 도발 의지를 약화할 최소한의 안전핀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담긴 얘기다. 하지만 북한은 합의 체결 이듬해인 2019년 11월 완충지역으로 포격이 금지된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감행하는 등 지금까지 줄잡아 20차례 가까이 합의를 위반해 사실상 합의 유지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서북도서 자주포 사격훈련 재개도 불가피한 측면이 엄존한다. 백령도를 포함한 서북도서는 북한의 국지도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요주의 지역이다. 북한은 올해 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200여 발의 포사격을 실시한 데 이어, 서북도서 등을 겨냥한 반복적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공격과 지난달 말 10여 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 등 서북도서 도발 우려를 고조시킬 만한 군사행동을 이어왔다. 군으로서는 대응 작전능력 점검 차원에서라도 서북도서나 군사분계선(MDL) 등에서의 포사격 훈련이 절실해졌다.
문제는 우리 측 대응이 합당한 이유와 배경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남북 긴장 고조의 악순환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안 그래도 북한은 오물 풍선 도발 외에, 최근 동해선 철로 철거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는 등 대결적 행태를 강화하고 있다. 불필요한 긴장 고조의 악순환을 피하려면 원칙을 지키되, 위기에 대비한 냉정한 상황 관리를 병행하는 고차원적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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