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야생동물 게릴라 퍼포먼스 '공생'
5일 낮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 전문 무용수 5명과 시민 21명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렸다. 녹색등이 켜지자 한두 걸음을 내딛더니 서서히 네발 동물로 변하며 걸어갔다. 시민들은 깜짝 놀라기도 하고, 흥미롭게 바라보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녹색연합이 환경의 날을 맞아 준비한 퍼포먼스 '공생'의 일환이었다. 단체는 설악산 산양, 금강 흰수마자 등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동물들을 대신해 그들의 권리를 시민과 무용수들이 몸짓으로 표현하는 야생동물 게릴라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광화문광장, 청계천, 신촌 스타광장 세 곳에서의 퍼포먼스는 참가자들이 일반인처럼 길거리를 걷다가 연출가의 신호에 맞춰 설악산 산양, 금강 흰수마자, 낙동강 고니, 새만금 저어새, 제주 연산호를 표현하며 시작됐다. 동물들은 서울 도심에서 자신의 몸짓을 드러내며 권리를 찾으려 애쓰지만, 인간과 충돌을 일으키고 결국엔 그물에 걸리며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인간과 동물의 경계선이 점점 희미해지면서 공생하는 결말로 마무리됐다. 퍼포먼스 연출은 전 국립현대무용단 리허설 디렉터 안영준 연출가가 맡았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5개의 보호구역으로 중첩 지정된 설악산 권역조차 케이블카 건설사업이 추진되면서 천연기념물인 산양의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다. 전국 주요 신공항 건설계획 등으로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고니가 위기에 처하고 금강을 비롯한 4대강 사업으로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흰수마자는 자취를 감췄다. 제주 연산호는 기후위기와 외부요인에 의한 훼손 등으로 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퍼포먼스에는 우리나라의 보호받아야 할 지역과 동식물들에 법인격을 부여하고 인간과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실제 미국, 뉴질랜드, 에콰도르 등에서는 자연 공간과 동물들에게 법인격을 부여해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황일수 녹색연합 활동가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자연을 이용 대상으로 바라보고, 정부는 전국에서 각종 난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시민들과 함께 자연의 권리를 알리는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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