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현충일 추념사에서 “북한이 정상적인 나라라면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비열한 방식의 도발을 감행했다”며 “북한의 이러한 위협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물 풍선 무더기 살포 등 북한 도발을 비판한 것이나, 한반도와 주변의 녹록지 않은 상황을 감안할 때 강한 응징 의지 못지않게 정부의 유연한 자세가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평화는 굴종이 아니라 힘으로 지키는 것”이라며 “우리의 힘이 더 강해져야만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북한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되찾는 일”도 우리의 힘이 강해져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입장 표명은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등 강경한 대북 대응 자세나 대외정책 기조인 가치외교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화 유지에 힘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은 역사적 교훈도 그러하거니와 분명한 안보 원칙이기도 하다. 그러나 힘을 앞세우는 자세만으로 작금의 남북 충돌 양상을 해결할 수는 없다. 당면 안보 현안인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만 봐도 그렇다. 북한은 2일 오물 풍선 잠정 살포 중단을 밝히면서 또다시 대북전단 살포가 있을 경우 100배의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보내겠다고 위협했다. 어제 새벽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북전단 등을 담은 애드벌룬 10개를 살포해, 북한 협박이 조만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북한의 1,000여 개 오염 풍선 공세에 민간 차량이 파손됐고 인천공항 여객기 이착륙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이 같은 피해를 감안할 때 북측의 오염 풍선 살포에 대한 직접적인 차단 대책 없이 탈북민단체의 대북 풍선을 방조하는 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정부가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힘에 의한 평화를 앞세운 것 못지않게 남북 당면 현안 해결을 위한 대화 제의가 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두 방향이 서로 다르지 않은데 오로지 힘에 의한 맞대응을 과시해선 북한의 저열한 도발이 멈추지 않고, 오히려 가열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남북문제를 포함한 대외정책이 대체로 단선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보다 전략적이고 세련된 접근이 요구된다. 남북관계나 현실 외교는 힘에 의한 평화 이상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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