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재판서 주소보정명령 악용
법원 "스토킹처벌법 위반 인정"
민사재판을 걸면 상대방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려, 과거 연인에게 일부러 허위 소송을 낸 제기한 40대 남성이 실형 선고를 받았다. 법원은 이런 행위도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 이예슬)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전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1심(징역 8개월)보다 형이 무거워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피해자가 큰 정신적 충격을 겪었지만, 피고인은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질책했다.
A씨는 2021년 7월부터 4개월 동안 과거 연인을 스토킹한 혐의로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러나 출소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시 피해자에게 접근했고, 팔로우 요청을 거부한 피해자의 경찰 신고로 인해 접근금지 등 조치를 받게 됐다.
그러나 A씨는 집요했다. 그는 예전에 자신이 과거 연인에게 일방적으로 입금한 돈을 구실로, 대여금반환 소송을 청구했다. 민사소송에서는 소장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송달되지 않으면 법원의 보정명령을 통해 대상자 주민등록등본 등을 발급받는 게 가능한데, 자신을 피한 옛 연인의 개인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소송을 건 것이다. 실제 피소 사실을 안 피해자가 연락을 해오자 A씨는 "소송 목적이 뭔지 생각해보라"며 "난 (돈은) 관심도 없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은 A씨의 SNS 접근 행위에 대해선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허위 소 제기 후 이어진 위협에 대해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그러나 "문자를 보낸 경위와 내용을 보면 보복협박으로 보기 어럽다"며 스토킹 혐의만 유죄로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주소보정명령을 이용해 연락을 시도한 행위를 스토킹으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됐다. 1심의 무죄 판단에 대해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A씨 측은 "해당 소송은 정당하게 청구한 것으로 스토킹 고의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2심은 A씨의 주장을 물리치고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사실상 스토킹의 일환으로 이뤄진 범행이란 점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공포를 일으킬 수 있는 행위로 지속∙반복됐고, 연락을 목적으로 제도를 악용해 주소지를 알아냈기에 죄질도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2022년 발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계기로 민사소송에서 피해자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맹점이 드러나자, 국회는 지난해 6월 법원이 소송기록을 열람·복사·송달할 때 소송관계인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조치할 수 있는 내용의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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