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신고? 남사스러워..." 꽁꽁 숨기는 노년 교제폭력, 쉬쉬하면 강력범죄로
알림

"신고? 남사스러워..." 꽁꽁 숨기는 노년 교제폭력, 쉬쉬하면 강력범죄로

입력
2024.06.08 04:30
6면
0 0

노년층 교제폭력, '암수 범죄' 다수 추정
고령층 특성상 주변에 알리기 쉽지 않아

서울 탑골공원을 찾은 노년층. 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상관 없음. 연합뉴스

서울 탑골공원을 찾은 노년층. 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상관 없음. 연합뉴스

60대 여성 A씨는 동호회에서 동년배 남성 B씨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자택을 오가거나 자녀와도 만날 정도로 가까이 지냈지만, B씨가 자꾸 돈 얘기를 하기 시작하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구체적으로 금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관계를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A씨. 이별을 통보했으나 돌아온 건 "당신과 애정관계를 찍어둔 사진을 동호회 사람들과 자녀에게 전송하겠다"는 협박이었다. 이 사례를 상담한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남자 쪽에서 여자 쪽 자녀에 대해 너무 많은 일을 알고 있다는 점 때문에, A씨가 신고를 망설였다"며 "노년 교제폭력 피해자들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 오피스텔 모녀 살해범 박학선(65) 역시 이별을 요구하는 60대 연인과 그의 딸을 노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교제폭력이 비단 청년들만의 일이 아니라, 노년층에서도 심각한 문제라는 점이 이번 사건으로 각인됐다. 특히 노년 간 교제폭력은 세대의 특성상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60대 이상 교제폭력 증가세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인을 폭행한 60대 이상 가해자는 650명으로, 전체 가해자 1만3,939명 중 4.7%를 차지했다. 60대 이상 가해자는 코로나 시기인 2021년 439명 수준이다가, 2022년 500명, 2023년 650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일 강원 강릉시에서 헤어진 연인을 흉기로 살해한 C(63)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고, 지난달 31일에는 전남 장흥군에서 이별을 통보한 연인을 폭행하고 이를 말리는 행인을 살해하려 한 D(64)씨가 징역 5년(2심)을 선고받았다.

최근 5년간 60대 이상 교제폭력 가해자 수2019~2021년 수치는 형사입건 및 즉결심판·훈방 처리 인원을 포함
경찰청

노년층 교제에서 일어나는 각종 마찰은 고령화 시대에 피할 수 없는 그늘이다. 배우자와의 사별, 황혼이혼의 증가 등으로 교제 인구 자체가 늘고, 덩달아 연인 간 범죄 발생 가능성도 생겨나기 때문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싱글 노년층들은 법적 제약이 많은 결혼을 다시 하기보다 노인복지관 등에서 교제만 이어가는 경우가 실제로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노년층에서도 스마트폰 보급이 일상화되면서 온라인을 통한 교제도 느는 추세다.

그러나 노년층은 교제폭력에 취약한 세대로 꼽힌다. 폭력을 눈감아주려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많고, 가부장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 교제 사실을 주변에 비밀로 하는 경우가 많아, 도움을 요청할 곳도 마땅치 않다는 특성이 있다. 박예림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은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고령층 연애를 터부시하는 분위기가 있기에, 노년 피해자는 피해를 입어도 오히려 자신을 자책하는 경우가 많아 기관에 신고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꾸준한 교육과 인식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노년층 교제폭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특정 행동이 범죄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경로당이나 노인 관련 시설 등에서 교육 및 계도 활동을 꾸준히 벌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세운 기자

관련 이슈태그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