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 80년 NYT 기고서 비판
푸틴 폭주 제어 불가피 이심전심
상원서도 초당파 미 개입 당위론
“미국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은 망상이다.”
20년 가까이 미국 공화당 상원 1인자 자리를 지켜 온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가 자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일침을 가했다. 타국 분쟁에 개입해 봐야 미국에 득 될 게 없다고 여기는 ‘고립주의’ 시각을 비판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동맹관(觀)이 같은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협공하는 모양새가 됐다.
“미국엔 영향 없다? 망상”
매코널 원내대표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 80주년인 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에 기고 ‘우리는 1930년대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를 실었다. 이 글에서 그는 “유럽 열강과 미국이 독재자의 부상을 유화와 방관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세계가 전쟁(제2차 세계대전)에 빠지고 수백만 명이 숨졌다”며 그 배경으로 동맹·우방국의 운명이 미국과 안보와 번영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자국민을 설득한 미국 고립주의 세력의 영향을 꼽았다.
이어 그는 “1930년대 우리 대응을 방해한 세력이 미국에 다시 등장했다”며 “이들은 전쟁 전 고립주의를 되살리는 한편 전후 평화를 유지해 온 동맹 제도의 기본 가치를 부정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이 신흥 독재국 축으로 부상했는데도 미국 내에는 고립주의 기류가 강하다는 게 매코널 원내대표 진단이다. 그가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부추기는 세력의 구심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러시아로부터 침공당한 우크라이나를 돕는 데 소극적이고, 동맹국과의 결속도 경시한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역 분쟁이 가장 강하고 부유한 국가(미국)에 별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는 망상에서 고립주의자들이 깨어나게 하는 데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기습 같은 재앙이 또 필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원 역사상 최장수 원내대표인 그는 올해 82세로 2006년부터 맡아 온 직을 올 11월 사임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바이든 “고립주의 답 아냐”
이날 매코널 원내대표의 고언은 프랑스로 건너가 같은 날 노르망디 작전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내용과 공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립주의는 80년 전에도 답이 아니었고 오늘날에도 답이 아니다”라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폭주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두 사람의 ‘개입주의’ 외교관이 이심전심으로 통한 셈이다.
미국 상원의 개입주의 진영도 초당적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진 섀힌 의원과 공화당 톰 틸리스 의원은 이날 미국 MSNBC방송 공동 기고에서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세계 질서 확립과 유지에 미국이 수행하는 역할을 잊으면 안 된다”며 “2차 대전은 외국 땅에서 시작된 일이 고립된 상태로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줬다”고 말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나는 돈을 우리나라 안에서 위대한 일에 쓰고 싶다”며 고립주의를 더 부추겼다. 그는 이날 대선 경합주인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유권자와의 대화 행사에서 “나는 전쟁을 하지 않는 쪽으로 급진적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자신은 재임 중 미국이 전쟁에서 벗어나게 했다며 “이슬람국가(IS)를 섬멸하고 시리아, 이라크에서의 전쟁에서 빠져나왔다“고 주장했다.
노르망디 작전은 2차 대전 중인 1944년 6월 6일 미국·영국·캐나다 중심 연합군이 나치 독일 치하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벌인 상륙 작전으로, 2차 대전 흐름을 바꾼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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