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포장 주문도 6.8% 수수료
수수료 오르자 외식물가 상승 우려
배민, "플랫폼 중개, 배달과 동일해"
"손님이 가게까지 찾아와서 가져가시는 포장 주문에까지 배달과 똑같은 수수료를 뗀다는 게 말이 됩니까?"
서울 영등포구에서 6년째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상영(49)씨는 화를 참지 못했다. 그의 분노가 향한 곳은 국내 최대 음식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 최근 배민은 신규 가입 점포를 대상으로 포장 주문을 받는 경우라도 6.8% 중개 수수료를 물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점포들은 내년 4월부터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씨 가게는 당장 다음 달부터 수수료가 부과되진 않지만, 내년부터는 꼼짝없이 배민에 6.8% 수수료를 내야 한다. 그는 "수수료에 더해 배달비와 카드 수수료까지 떼면 자영업자들에게 뭐가 남느냐"면서 "이렇게 떼다 보면 메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매출 손실·외식비 인상 우려
배민이 다음 달부터 신규 입점 점주에 대해 포장 중개 수수료를 받겠다고 밝히면서, 점주들이 '거대 플랫폼의 횡포’라며 잇달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점주의 수수료 부담은 음식값으로 전이될 게 확실하다. 이미 고공 행진 중인 외식물가에 혀를 내두르는 소비자들도 포장 수수료 여파를 걱정하고 있다.
배민이 정한 포장 중개 수수료율은 6.8%로, 기존 배달 중개 수수료와 같다. 2만 원 치킨 한 마리를 포장 주문할 경우, 점주가 1,360원을 부담하는 꼴이다. 시장 점유율 2위 요기요는 이미 12.5%의 포장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고, 3위 쿠팡이츠는 내년 3월까지 포장 수수료 무료 서비스를 연장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이후 계획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점주들은 높은 수수료 탓에 이익이 확 줄어들 것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양천구에서 샐러드집을 운영하는 김모(30)씨는 "간편식이라는 샐러드 메뉴 특성상 포장 주문이 많은데 수수료를 떼면 매출이 크게 줄 것"이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플랫폼을 사용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25년째 피자집을 운영하는 한명숙(61)씨도 "포장 주문은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수고가 더해져 할인 혜택을 줘야 한다"며 "그런데 배달과 동일한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플랫폼 안 쓰기 운동도
이럴 거면 아예 플랫폼으론 포장 주문을 안 받는 게 낫겠다는 의견도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투표 게시글에선, 향후 방침을 묻는 질문에 대해 '포장주문을 삭제한다’(53%)가 가장 많은 표(7일 기준)를 받았다.
배달앱을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도 걱정이 크다. 최소 주문금액을 맞추기 어려워 1주일에 2회가량 포장 주문을 하는 직장인 이모(29)씨는 "포장은 원래 할인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수수료를 물면 가격이 오히려 올라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굳이 배민을 이용해 포장 주문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서진(20)씨도 "수수료 때문에 음식 가격이 오를 것 같다"며 "식비 지출이 큰 편인데 재정 상황이 걱정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배민은 플랫폼 입장에서 포장과 배달에 별 차이가 없다고 항변한다. 포장 주문도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거래이기에 동일한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배민 관계자는 "배달 서비스와 동일한 수준의 개발인력이 투입되고 서버운영 및 유지관리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생 방안으로 포장 고객에 대한 할인 비용 중 50%를 점주에게 돌려주는 등의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상생을 위해 플랫폼 사업자, 외식업주, 관계 당국 등이 참여해 관련 비용 배분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과점 기업인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양면시장인 플랫폼 업종의 경우 소비자에게 무료배달이나 쿠폰 같은 혜택을 제공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수수료 등의 형태로 외식업자에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해관계 주체들이 모여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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