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대통령 불소추 특권' 범위 논쟁
여권 "기소만 불가… 하던 재판 그대로"
VS "대통령직 수행 위해 재판 중단해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대가로 쌍방울그룹에 대북송금을 대납시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명시한 '헌법 84조'가 도마에 올랐다. 여당 측은 이미 복수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제3자 뇌물죄 혐의로 기소되면 차기 대선에서 당선되더라도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해석했다.
한동훈 "소추란 소송의 제기만 의미...재판 중단되지 않아"
논란에 불을 붙인 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한 전 위원장은 8일 페이스북에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경우 그 재판이 중단되는 걸까"라며 "헌법 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에서 '소추'에 재판이 포함되느냐의 해석 문제"라고 운을 띄웠다. 전날 수원지법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에 관여하고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부지사에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한 전 위원장은 9일 페이스북에 재차 글을 올려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중단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헌법은 탄핵 소추와 탄핵 심판을 따로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도 형사 소추와 형사 소송을 용어상 구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 제84조에서 말하는 소추란 소송의 제기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당선되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이 계속 진행될 수 있다는 취지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상실할 수 있다는 얘기다.
헌법 취지 대통령 직무 수행 보호
한 전 위원장이 언급한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헌법학자 사이에서는 해당 조항에서 '소추'를 기소의 의미로 좁게 보는 것인지, 재판까지 포함해 사법권의 적용 및 방해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나뉜다.
여권은 이 대표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에도 재판을 받아야 하고,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10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기소되지 않는다는 것이지 진행하던 재판까지 중단된다고 무한정 확대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은 진행되어야 하고 집행유예 이상이 나오면 당연히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그게 헌법이 내정하는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정욱 변호사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재직 전에 기소당한 재판은 진행하는 거고, 저는 수사까지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수사해놓고 중지했다가 나중에 기소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특권이라는 건 문헌 그대로 좁게 해석해야 하지 확대하거나 유추해서 해석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해당 조항이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 사법권의 방해를 받지 않을 취지인 만큼 소추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헌법 취지와는 별개로 대통령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사법부가 재판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 전망도 많다.
2017년 대선 때 홍준표 후보도 논란
이 같은 논란은 2017년 4월 19대 대선을 앞두고 한 차례 불거진 적이 있다. 당시 대선에 출마한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 상고심 판결을 남겨두고 있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홍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법원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들어 "무자격자"라고 공격했다. 반면 홍 후보 측은 헌법 84조를 들어 재임 중에는 재판이 정지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홍 후보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받으면서 논란은 잠잠해졌다. 그러나 차기 대선을 앞두고 84조를 둘러싼 문제가 다시 거론되면서 전문가들은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헌법재판소나 법원의 최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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