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아이가 식당에서 울고 떼를 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엔 호랑이가 잡아간다고 엄포를 놨지만 요즘엔 스마트폰을 꺼낸다. 유튜브에서 아기상어(Baby Shark)나 핑크퐁 영상을 틀어주면 금방 조용해진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활용하는 덕에 더핑크퐁컴퍼니의 유튜브 조회수는 누적 1,000억 뷰를 돌파했다. 아이뿐 아니다. 어른들도 유튜브와 쇼트폼(short form·짧은 영상)에 푹 빠졌다. 밤을 새우는 어르신도 적잖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은 18억 시간도 넘었다. 네이버는 3.4억 시간에 불과했다. 한국인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의 33% 이상을 유튜브에 쓰고 있다.
□ 다양한 주제와 수많은 콘텐츠, 구독자의 성향과 관심사를 귀신같이 파악해 추천하는 맞춤 동영상 등은 유튜브의 강점이다. 문제는 추천 알고리즘과 중독성을 우리가 제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추천 알고리즘은 일단 영상을 보기 시작하면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그래야만 구독자를 오래 묶어둘 수 있고 더 많은 광고료를 챙길 수 있다.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동영상 시청을 멈춘다는 건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만큼 어렵다. '디지털 마약'으로 불리는 이유다.
□ 콘텐츠를 올리는 이들도 조회수에 비례해 돈을 버는 만큼 중독성을 끌어올리는 데 열중한다. 지난 2월 축구 국가대표팀 갈등 당시엔 이강인 가짜뉴스로 7억 원을 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적 제재와 피해자 2차 가해 우려에도 20년 전 경남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를 폭로한 유튜버도 수천만 원을 벌었다. 갈등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조장하는 유튜버도 적잖다. 확증 편향으로 광신도 중독을 만들어야 돈이 되기 때문이다.
□ 미국 뉴욕주 의회가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알고리즘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걸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자신이 얼마나 많이 보는지도 인지할 수 없도록 만드는 영상 중독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다. 프랑스는 3세 이하의 영상 시청을 막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돈벌이를 위해선 뭐든지 하는 유튜브 영상에 중독되는 건 개인도 사회도 위험하다. 우리도 디지털 마약 중독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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