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 거부 시 의사면허 정지·취소 가능
교수단체도 의협 집단휴진 참여 방침
수익 저하·병원 만류에 휴진율 미지수
환자·시민단체 "휴진, 누가 봐도 억지"
정부가 18일 집단휴진을 예고한 개원의들을 대상으로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내리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휴진을 주도한 대한의사협회(의협)에 대해선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면죄부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면제했는데도 의사들이 되레 더 반발하자 정부가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배수진을 친 것이다. 환자들과 시민사회도 휴진 철회를 요구하며 의사들을 강하게 성토했다.
휴진 강행 시 행정처분, 의협 법적 제재 검토
정부는 1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논의를 거쳐 개원의들에 대해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 조치”라며 “집단 진료거부는 의사로서의 윤리적·직업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대 의대 및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데 이어 의협도 18일 하루 동안 집단휴진을 선포한 상태다.
정부 지침에 따라 각 시도는 관할 의료기관에 18일 진료를 유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휴진하려는 의료기관은 영업일 기준 3일 전인 13일까지 휴진을 신고하도록 했다. 사전에 휴진 참여율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휴진율이 30%가 넘을 경우 우편과 문자를 통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계획이다. 의료법 59조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했을 때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휴진 당일에는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제 휴진을 했는지를 확인한다. 휴진한 병원에 대해선 현장 채증을 실시해 의료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 및 처벌 절차를 밟는다. 명령 거부 시 업무정지 15일, 1년 이내 의사면허 정지가 가능하고, 면허 정지가 3회 이상이면 면허가 취소된다. 특히 업무개시명령을 불이행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데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면허가 박탈된다.
의협에 대해선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검토에 착수했다. 공정거래법 51조는 사업자단체가 구성원의 사업 내용이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위반 시 10억 원 이내 과징금이 부과되고, 단체장은 3년 이하 징역, 2억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 파업을 주도한 의협 회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아 면허가 취소된 사례가 있다. 다만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파업 때는 강제성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 판결이 나왔다.
휴진 참여율 미지수… 시민사회 “휴진 철회” 촉구
정부가 유화책에서 선회해 강수를 둔 것은 의사들의 휴진 참여를 억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의대 교수들도 의협 결정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개원의부터 봉직의, 교수들까지 일제히 휴진에 돌입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병원부터 1차 의료기관까지 전면 셧다운되면 의료공백을 넘어 의료체계 마비가 불가피하다. 다만 동네병원 입장에서 휴진은 곧 수익 손실로 직결되기 때문에 참여율이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2020년 의협 총파업 당시에도 1차 휴진일에는 참여율이 32.6%였으나 2차 휴진 사흘간 참여율은 10.8%, 8.9%, 6.5%로 급감했다.
의대 교수들이 얼마나 휴진에 동참할지도 아직은 가늠할 수 없다. 19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최창민 위원장(서울아산병원)은 “교수도 의협 회원이기 때문에 18일 휴진이 원칙”이라며 “각 병원별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처럼 무기한 휴진하는 방안도 내부 검토 중이다. 40개 의대가 모두 소속된 전국의대교수협의회도 12일 정기총회에서 휴진 문제를 다룰 예정이고,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11일 총회를 열고 무기한 휴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 외에는 명확히 휴진 결정을 한 곳이 아직 없어 정부는 수련병원에 대한 진료명령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 서울대병원에서도 휴진 동의 여부를 묻는 투표에 응답자 750명 중 68.4%(513명)가 찬성 의사를 밝혔는데, 전체 교수 1,475명 대비 34.7% 수준이라 실제 휴진율은 낮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휴진 불허 방침을 밝힌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에 이어 유홍림 서울대 총장도 서신을 통해 교수들의 휴진을 만류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서울대 의대 비대위와 소통하면서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회의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집단휴진에 반대하는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대 증원 확정, 전공의 행정처분 철회로 사태 해결을 기대했던 환자들은 참담함을 느낀다”며 “서울대 의대 비대위와 의협은 휴진 결정을 당장 철회하라”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의사 집단휴진은 누가 봐도 억지고 명분이 없다”며 “환자와 국민의 거대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공정위 고발 및 환자피해 제보센터 개설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불법행동 가담자에게는 선처 없이 엄정 대응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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