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비용 줄어 보조금 26% 법인세로 다시 거둬
대한상의 "같은 비용이면 고객사 많은 미국에 투자"
세계 각국이 반도체 설비 투자에 직접 보조금을 주는 지원 제도를 펴는 가운데 보조금 주는 국가에서 기업과 정부가 누릴 이득을 계산한 보고서가 나왔다. 기업은 영업 비용을 줄이고 정부는 법인세를 더 걷는다는 게 핵심인데 재계는 당장 "반도체 산업의 직접 지원 방안을 강화하라"고 나섰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반도체 공급 역량 및 원가 경쟁력 향상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반도체 설비투자 금액의 30%를 직접 지원하면 기업의 영업 비용이 10% 준다. 정부는 지급한 보조금 중 26%를 법인세로 되돌려받는다.
보고서는 주요 반도체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웨이퍼를 한 장 만드는 데 들어가는 영업 비용을 구했다. 대만 TSMC의 3나노미터(㎚·10억 분의 1m) 파운드리 웨이퍼 한 장 생산비는 1만1,459달러였고, 이 중 시설 투자로 인한 감가상각비가 46%를 차지했다. TSMC의 5나노 웨이퍼 한 장 생산비는 9,295달러(감가상각비 44%), SK하이닉스의 D램 웨이퍼 1장 생산비는 5,746달러(감가상각비 41%)였다. 보고서는 감가상각비에 해당하는 시설 투자비에 보조금 30%를 적용하고(707~1,581달러), 그로 인해 개선된 영업 비용으로 정부가 추가로 거둬들일 법인세를 한국 제도 기준으로 계산했다(187~417달러·평균 26.4%). 이렇게 계산한 보조금과 법인세를 영업 비용에서 빼고 더한 결과 최종 비용은 보조금 지급 전보다 9.1~10.2%가 줄었다.
D램 공급 증가 요인 중 설비 증설 비중 8%→53%
보고서는 최근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가 빨라지면서 기술력보다 시설 투자 능력이 반도체 공급량을 좌우한다고도 덧붙였다. 보고서는 "한국신용평가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주요 메모리 업체의 D램 공급 증가 요인에서 '설비 증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2020년 8%에서 2020~2022년 53%로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기술발전' 요인 비중은 92%에서 47%로 줄었다. 보고서는 "생산 시설 증설을 위한 대규모 자본 투입과 자금 확보 여부가 중요해면서 주요국이 천문학적 보조금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기술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직접 지원 방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보고서는 국가별 반도체 생산 비용 차이를 분석하지 않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비용은 한국·대만보다 30%, 중국보다 50% 비쌌다. 주요국이 내놓는 직접 보조금 정책은 이 차이를 줄이는 용도인 셈이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직접 보조금으로 미국과 한국의 생산비용 격차가 줄면 그만큼 우리 기업의 미국 본토 투자 의향이 늘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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