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마취 여성 환자들 불법촬영도
마약에 취해 차량을 운전하다 보행자를 숨지게 한 '롤스로이스 뺑소니' 사건 피의자에게 마약류를 투약한 의사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의사는 환자들에게 프로포폴 등을 투여한 뒤 수면 마취 상태에 놓인 환자들을 불법촬영하고, 성폭행한 혐의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 강두례)는 준강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 혐의로 기소된 의사 염모(48)씨에게 징역 17년,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5년간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검찰은 염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염씨에게 "의사가 마약류를 취급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돈벌이에만 급급했다"고 질책했다. 이어 "(피고인은) 의사의 지위를 이용해 의료행위를 믿고 수면마취를 받은 피해자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면서 "범행이 2년 이상 지속되었고 수법도 대담해,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염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물에 취해 차를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 신모(29)씨에게 치료 목적 외 마약류를 처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염씨는 프로포폴, 미다졸람, 디아제팜, 케타민 등을 혼합해 투여하고,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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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씨의 성범죄는 그의 휴대폰과 PC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났다. 그는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수면 마취 상태인 여성 환자 10여 명을 불법촬영하고, 일부 환자를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범행이 사회에 던진 파장이 상당하다"면서 "환자는 안전할 것이라 믿고 오른 수술대 위에서 (의사가) 자신에게 해를 가할 수 있다는 불신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사는 환자에게 해를 입히면 안 된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언급하며 "피고인은 이 정언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면서 "피해자들이 입은 충격과 상처를 극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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