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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할 젊은이 없어? 키우면 되지!"...'젊치인' 기르는 여성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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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할 젊은이 없어? 키우면 되지!"...'젊치인' 기르는 여성들 [인터뷰]

입력
2024.06.17 08: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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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정치인 양성 스타트업 '뉴웨이즈'
3년간의 도전과 경험 담은 책
'젊치인을 키우고 있습니다' 출간
"과정 달라지면 결과도 바뀐다" 믿음
"혐오·냉소 맞서 새 생태계 만들 것"

‘젊치인을 키우고 있습니다’를 써낸 뉴웨이즈의 곽민해(왼쪽) 커뮤니케이션 리드와 박혜민 대표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젊치인을 키우고 있습니다’를 써낸 뉴웨이즈의 곽민해(왼쪽) 커뮤니케이션 리드와 박혜민 대표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잘 들어보세요. 수년째 같은 선수만 등장하는 경기장이 있어요. 관중들은 사실 너무 지겹다고 생각한 지 오래예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어느 날, 실력과 유머를 겸비한 에이전시가 나타나요. 경기장에 들어가고 싶은 잠재력 있는 신인 선수들을 발굴해 경기장에 진입할 수 있게 돕는다는 목표로요."

-책 '젊치인을 키우고 있습니다' 중에서

4년 전 정치판에 혜성처럼 등장한 비영리 스타트업 '뉴웨이즈'는 '정치 에이전시(대행사)'다. 좋은 선수를 찾아 팀에 연결해주는 스포츠 에이전시처럼 정치 신인을 발굴하고 키워 정당과 국회, 지방의회로 보내는 게 목표다. '신인 선수'의 자격 조건은 만 39세 이하의 '젊치인(젊은 정치인)'. 유권자는 이들을 응원하는 '캐스팅 매니저'가 된다. 이 같은 발상은 자기 세대 목소리 대변자를 갈구하는 2030세대를 사로잡았다. 2021년 캐스팅 매니저를 모집한 지 6개월 만에 2,630명이 모였고, 현재는 3만 명 가까운 매니저들이 선수를 키운다.

'뉴웨이즈'를 이끄는 건 31세 동갑내기 여성들이다. 설립자 박혜민 대표와 곽민해 커뮤니케이션 리드. 두 사람은 최근 책 '젊치인을 키우고 있습니다'에서 '젊치인'을 지원하는 '뉴웨이즈'의 목표와 성장 과정을 공개했다. 최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만난 이들은 "좋은 공약으로 무장한 청년 정치인들을 키워 새로운 정치적 선택지를 만들겠다는 우리 목표를 더 널리 알리고 싶다"고 책을 써낸 이유를 밝혔다.

뉴웨이즈의 시작, "왜 말 통하는 정치인이 없을까"

곽민해(왼쪽) 뉴웨이즈 커뮤니케이션 리드와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곽민해(왼쪽) 뉴웨이즈 커뮤니케이션 리드와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뉴웨이즈의 출발점은 하나의 질문이었다. "'왜 말이 통하는 정치인이 없을까'라는 의문이었어요. 젊은 여성들의 성 착취 영상물을 유포한 'N번방 사건'이 벌어졌는데 피해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한 명도 없는 거예요. 오히려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젊은 여성을 적으로 보는 건가' 의심이 들 정도였죠. 유권자의 절반이 여성이고, 5분의 1이 청년인데도 말이에요."(박 대표)

국회의 구성을 들여다보고서야 두 사람이 품은 의문이 풀렸다. '고소득 전문직, 50대 이상 남성'으로 채워진 국회의원 집단에 여성과 청년이 설 자리는 없었다. 거기서 생긴 두 번째 의문. '도대체 정치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박 대표는 "청년이 국회의원에 당선될 수 있는 경로가 필요한데 청년 정치 신인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시스템이 전무했다"며 "선거철이 지나면 정치에서 청년이 지워지고 그럴수록 청년 유권자는 정치에 괴리를 느끼고 냉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었다"고 했다.

'청년 유권자의 힘으로 청년 국회의원·지방의회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당선시키고 청년들을 대변하는 정치시스템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그렇게 시작됐다. 소셜벤처투자사와 스타트업을 다니던 박 대표가 밑그림을 그렸고 곽 리드가 직장을 그만두고 합류한 뒤 본격적으로 조직을 꾸렸다. 곽 리드는 "특별히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거나 정치 분야에 종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지만 정치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벌어지는 불상사들을 보면서 고민이 깊어지던 차였다"며 "정치가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면 우리가 만들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고, 그래서 뛰어들 수 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현재 상근직은 두 사람을 포함해 3명이고, 후원금을 받아 조직을 운영한다.

관중석을 넘어, 정치의 룰을 바꾸다

젊치인을 키우고 있습니다·뉴웨이즈 지음·위즈덤하우스 집 발행·368쪽·1만9,000원

젊치인을 키우고 있습니다·뉴웨이즈 지음·위즈덤하우스 집 발행·368쪽·1만9,000원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판에 갑자기 뛰어든 에이전시의 출발은 의외로 순조로웠다. 특정 정치이념을 지지하지 않는 초당적인 '정당 밖 조직'이라는 점, 정치를 이념이 아니라 산업으로 본다는 점, 청년 인재풀을 발굴·교육하는 등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는 점이 통했다. '정치적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오해는 거대정당, 군소정당들과 업무협약을 차례로 맺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년들이 들어오면서 불식됐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곧바로 성과를 냈다. 후보자 138명을 냈고, 시·구의원 청년 당선자의 10%(40명)를 '뉴웨이즈'가 배출했다. '힙'한 밈을 만들어 '젊치인'의 필요성을 알리는 '밈주주의 캠페인', '젊치인'의 공약과 존재를 알리는 정치 팝업스토어인 '폴리틱스 마트', '젊치인' 지망생의 3단계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인 '뉴웨이즈 메이트' 플랫폼, 우리동네 정치인의 활동 소식을 메일이나 인스턴트메신저로 받아보는 '뉴웨이즈 피드' 등 재기발랄한 실험과 도전이 책에 담겼다.

청년이 실종된 올해 4월 총선에서 '뉴웨이즈'는 높은 벽을 만났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국회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미래의 더 큰 전진을 위해 정치·사회 이슈에 무관심하고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20대 유권자들에게 눈을 돌렸다. 20대를 능동적인 유권자로 만드는 게 근본적 해법이라고 본 것. "선택할 대상이 없다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없으면 만들자는 단순하지만 당연한 생각 하나로 여기까지 왔어요. 정치는 빠르게 바뀌는 영역이 아니지만 정치인이 권력을 획득하는 과정이 달라지면 언젠가 결과도 달라지겠지요. 세상은 가장 힘센 사람이 바꾸는 게 아니라 세상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 바꾸는 거잖아요."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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