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하면 앞으로 로켓배송 못 쓰게 되나요?" 13일 공정위가 '조작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로 쿠팡에 1,4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기사에 한 독자가 보내온 우려 섞인 반응이다. 쿠팡 측이 "공정위가 로켓배송 상품 추천을 금지한다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한 데 따른 것이라고 추정됐다.
실제 쿠팡은 하루 만에 네 차례에 걸쳐 반박문을 쏟아냈다. 공정위의 제재가 부당하다는 내용이었다. 기업 명운을 결정지을 수 있는 제재 수위라는 점에서 반발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여겼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며 아연실색했다. "공정위 제재로 로켓배송이 사형당했다"며 소비자를 볼모로 잡는가 하면, "25조 원 규모 투자가 중단될 수 있다"는 으름장으로 가득했다. "자체브랜드(PB) 상품 규제로 인해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반박에는 말문이 막혔다. 축약하면 '공정위 제재로 로켓배송이 중단돼 소비자들이 불편할 것이고, 대규모 투자는 없는 일로 할 것이며, 물가도 오를 것'이라는 '협박'이었다.
현재까지 드러난 쿠팡 내부문건을 보면, 이런 협박이 가당키나 한지 의문이다. 쿠팡이 임직원 2,297명을 동원해 PB 상품에 댓글 7만여 건을 달고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가격과 판매량, 별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쿠팡 추천' 순위 알고리즘 배열이 끝난 뒤, 인위적으로 PB 상품을 검색창 상단에 배치했다. 회사도 이 같은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PB 상품이 1위가 되면서 경쟁상품의 판매량이 감소했다" 따위의 내용은 이런 행위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곳이 쿠팡이라는 사실도 알려준다.
그럼에도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는 "랭킹 추천 기능이 없으면 중소기업의 노출 기회가 봉쇄된다"고 주장했다. 어불성설이다. 알고리즘 조작으로 100위 밖 PB 생수를 손쉽게 1위로 올렸던 그 때, 입점업체 사장들은 "도대체 왜 노출이 안 될까요?", "광고비로 얼마를 더 써야 첫 화면에 노출될 수 있을까요?"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중소기업의 기회를 박탈한 것은 다름 아닌 쿠팡이다.
쿠팡은 물품을 중개하는 국내 최대 플랫폼이자 PB 상품을 파는 사업자 역할을 겸한다. 공정위 제재는 'PB 상품을 팔되 다른 입점업체와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상식을 지키지 않은 결과일 터다. 쿠팡은 ''제재하면 로켓배송 연료가 끊길 수 있다"는 으름장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연료를 불공정함으로 채워온 건 아닌지 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그 길고 긴 반박문에 소비자와 입점업체에 대한 사과가 단 한마디도 없다는 점도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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