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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납치·살해극'까지 벌였는데... 법원이 되돌려준 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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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납치·살해극'까지 벌였는데... 법원이 되돌려준 코인

입력
2024.06.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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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배후 황씨 부부, 손배소 일부 승소
법원, 피해자 측에 9억 손해 배상 명령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피의자 황은희가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피의자 황은희가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가상자산(코인) 투자 실패를 두고 벌어진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의 납치·살해 사건. 잔혹한 이 사건 배후로 지목돼 유죄 판단을 받고 수감된 황은희(50)가 뒤늦게 문제의 코인 투자 실패에 대해 살해된 피해자로부터 코인을 돌려받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겼다.

황씨가 살해된 피해자 측으로부터 코인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 받게 된 이 사건은 2020년 시작됐다. 황씨 부부는 이 해 최씨의 제안을 받아 '퓨리에버 코인'에 1억 원 상당의 이더리움 코인을 투자했다. 이후 투자자를 모집해 30억 원어치 이더리움 코인을 또 투자했다. 최씨는 "퓨리에버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에 상장될 예정이고, 다른 거래소인 빗썸 상장도 목표로 하고 있어 3개월 후부터 코인을 매달 분할해 교부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지난해 3월 29일 저녁 서울 강남구 역삼동 모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괴한들이 저항하는 여성을 끌고 차량으로 납치하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해 3월 29일 저녁 서울 강남구 역삼동 모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괴한들이 저항하는 여성을 끌고 차량으로 납치하고 있다. 독자 제공

하지만 퓨리에버 코인 상장이 무산되면서 막대한 수익을 거둘 것이란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코인 가격은 폭락했고, 최씨는 황씨 부부가 몰래 코인을 처분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책임을 묻는 등 양측의 갈등은 깊어만 갔다. 이듬해 10월 황씨 부부는 최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의 조정 결정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양측은 법정 다툼을 이어갔다.

그러던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 앞에서 납치된 최씨의 시신이 대전 대청댐 인근에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이경우(37)·황대한(37)·연지호(31) 등 3인조가 붙잡혔고, 이들의 배후로 지목된 황씨 부부는 재판에 넘겨졌다. 황씨는 징역 6년, 남편인 유상원(52)은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다. 황씨 부부가 강도를 공모하긴 했지만, 살해까지 사주한 것은 아니라고 법원은 결론 내렸다.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이경우(왼쪽 사진부터), 황대한, 연지호가 지난해 3월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이경우(왼쪽 사진부터), 황대한, 연지호가 지난해 3월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코인을 돌려 받으려다 수감된 황씨에게 반전이 생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송승우)는 황씨가 피살된 최모씨 남편 A씨를 상대로 코인 투자 실패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 1심에서 14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상속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 황씨에게 215이더리움(약 9억 원)을 지급하라고 결론 내렸다. 강제집행이 어렵다면 1이더리움을 420만 8,000원으로 환산해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살인 사건 발생 후 1년 3개월 만에 선고된 이 사건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또는 위 계약상 채무불이행에 따른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으로 이 사건 반대급부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며 황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고인의 사망 경위 등에 비추어볼 때 원고(황씨)로서는 이 사건 반대급부 인도의 강제집행 불능에 대비한 대상청구의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상청구는 채무를 갚지 못한 채무자가 얻게 된 이익에 해당하는 물건에 해당하는 금액을 채권자가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경우 등이 범행을 할 당시 최씨의 전자지갑에 이 사건 관련 코인이 보관돼 있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보관되어 있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결국 법원은 살해당한 최씨가 황씨 부부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인정하고, 최씨를 대신해 이를 상속받은 남편이 코인을 대신 돌려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잔혹한 범행까지 저지르며 받아내려다 실패한 황씨의 코인을 최씨가 되돌려 줘야 한다는 점을 법원이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다만, 법원은 "책임 범위는 최씨 남편이 최씨에게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로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즉, 황씨가 투자한 코인 중 얼마나 되돌아가게 될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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