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5G 28㎓ 대역 주파수 할당 취소
자본금 2,050억에 크게 못미쳐
5개 구성주주는 납부도 안해
스테이지엑스 거세게 반발
"완납 시점은 주파수 할당 이후"
확정까진 청문 절차 등 한달 걸려
"업체 준비 부실·정부 정책 실패 탓"
신규 이동 통신사 선정 취소 예정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정부가 5세대 이동통신(5G) 28기가헤르츠(㎓) 대역을 낙찰받아 '제4이동통신사'로 출발을 준비하던 스테이지엑스의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기로 했다. 신청 당시 약속한 자본금 납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정부가 빅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이끌어 온 통신 시장에 새로운 자극을 주는 메기 역할을 맡기겠다며 추진한 제4이통사 출범이 또다시 좌초돼 미뤄지게 됐다. 업계와 시민사회에선 스테이지엑스의 준비 부실과 곳곳에서 너무 서두른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단 출발시키려고만 했던 정부의 정책 실패를 문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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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스테이지엑스가 법령상 필요 사항을 이행하지 못해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 선정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차관은 "스테이지엑스가 5월 7일 접수한 필요 서류를 검토한 결과 자본금이 주파수 할당 신청서에 명시된 2,050억 원보다 현저히 적은 금액이었다"면서 "총지분 5% 이상인 주요 구성 주주 중 스테이지파이브를 제외한 5개가 자본금 납부를 하지 않았고 납입 계획도 확정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주파수 할당 법인 요건 두고 정부-스테이지엑스 '동상이몽'
스테이지엑스는 앞서 10일 설명자료를 통해 주파수 할당 인가 후인 3분기까지 초기 자본금으로 밝힌 2,050억 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①스테이지엑스 측이 공개한 2,050억 원이 5월 7일 필요 서류 접수 시점에 준비되지 않았고 ②구성 주주들도 할당 신청 당시 공개한 자금 조달 계획을 지키지 않은 것이 선정 취소 사유라고 설명했다. 13일 현재 스테이지엑스의 자본금이 법인 등기부등본에 1억 원으로 적힌 점도 문제가 됐다.
스테이지엑스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주파수 할당 계획서상 2,050억 원 완납 시점은 주파수 할당 이후임이 명백하다"면서 "사후적으로 자본금 요건을 문제 삼아 할당 대상 법인 선정 취소 사유가 된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납입 시기와 납입 금액을 사업자가 임의로 정할 수 있다면 신뢰를 담보하기는 어렵다"고 맞섰다.
현재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통사 후보 자격이 완전히 취소된 것은 아니며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통상 이동통신사에 주파수 할당 취소 통지가 확정되는 데는 한 달 정도가 걸린다. 스테이지엑스는 "청문 절차를 통해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고 필요한 법적·행정적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설익은 '제4이통' 설립 추진 좌초
이번 결정으로 정부가 '7전 8기'를 노렸던 제4이통사 설립은 여덟 번째 쓴맛을 봤다. 2019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기간통신사업자 진입 제도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고 지난해 5G 28㎓ 대역으로 진입하는 신규 사업자를 위한 제도 개선과 정책 금융 지원 등 당근도 내걸었지만 사실상 제4이통사의 출범을 눈앞에 둔 최종 관문에서 신규 사업자의 자금 동원 능력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 같은 실패는 스테이지엑스가 올해 초 4,301억 원에 주파수를 낙찰받을 때부터 예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 동원력이 충분한 대기업이 아닌 알뜰폰 사업자(MVNO) 스테이지파이브가 중심이 된 신규 법인의 역량에 의문이 쏟아졌다. 스테이지엑스의 재정 능력에 계속 물음표를 달아 온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법과 원칙에 따른 과기정통부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앞으로 준비가 부실한 기업의 기간통신사업 진입 시도가 재연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가 통신비 인하라는 정책 목표를 내세워 제4이동통신사의 진입을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비판 역시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2023년 초부터 기존 이통 3사가 포기한 28㎓ 대역을 신규 사업자를 끌어들일 주파수 대역으로 내세웠지만 파장이 짧아 기지국을 훨씬 많이 설치해야 하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결과적으로 28㎓ 주파수 활용을 신청한 사업자 중 대형 사업자가 없었던 것도 시장성 부족 때문이라는 얘기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낙찰금액만을 보고 사업능력이나 재정능력, 이행능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최종결정한 과기부의 책임이 더 크다"면서 "애초에 28㎓ 주파수로 제4이동통신사를 출범시켜 메기효과를 일으키겠다는 발상에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주파수 경매 절차와 할당 공고 등 제도 전반의 문제점을 살피고 재정비한 뒤 주파수 경매도 다시 나설 방침이다. 심지어 중장기 주파수 공급 계획(디지털 스펙트럼 플랜) 역시 변경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통신 시장에 신규 사업자를 불러들이겠다는 방향성 자체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류 실장은 "28㎓ 대역의 활용성이 불투명하지만 기술 발전의 여지가 충분히 있고 여전히 기존 이통 3사와 차별화한 혁신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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