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더랜드' 소재 관심
세상 떠난 사람과의 소통, 가능할까
김동재 교수가 바라본 인공지능 기술
죽음이 곧 영원한 이별은 아니다. 적어도 '원더랜드'에서는 그렇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세상을 떠난 이들과 인공지능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 SF 영화이지만 이 안의 일들이 완전히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원더랜드'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원더랜드'는 지난 5일 개봉한 영화다. 이 작품은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 속 인물들은 원더랜드를 이용해 세상을 떠난 엄마, 딸, 손자 등과 소통한다. 죽음에 준하는 상태에 놓인 경우에도 기술로 구현될 수 있다. 정인(수지)은 뇌사 상태에 빠진 태주(박보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눈다.
이 작품이 대중을 만나기 이전에도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들이 대중을 찾곤 했다. 그중 하나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다. '욘더'는 세상을 떠난 아내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자가 그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욘더는 죽은 자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다.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에는 죽은 남편의 젊은 시절 모습으로 구현된 인공지능 월터(존 햄)가 등장한다. '원더랜드' 김태용 감독은 이 영화가 '감정'을 깊이 있게 다루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찍이 많은 작품에서 고인과의 소통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소재가 크게 신선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인공지능과 대화, 위화감 없을까
많은 드라마, 영화는 인간이 하늘의 별이 된 이들과의 재회를 꿈꿔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언젠가 '원더랜드'가 현실이 되는 날이 찾아오게 될까. 고인의 부재를 느끼지 않기 위해 중요한 것은 '기술로 구현된 고인과의 대화에 위화감이 없을지'이다. 추억 얘기를 꺼냈을 때 인공지능이 어색한 답변을 하거나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면 대화 상대가 사람이 아닌 기계라는 사실이 크게 와 닿을 수 밖에 없다. 김동재 단국대 대학원 인공지능융합과 교수는 본지에 "현재의 기술로는 위화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미래에 인간 같은 AI를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들이 누적돼야 위화감이 아예 없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죽은 사람의 지식이 완벽하게 반영된 인공지능이 있을 때, 그 인공지능과 단발적으로 채팅을 하고 이를 진짜 같이 느끼는 것은 어쩌면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영상을 통해 얼굴을 마주하고 표정을 읽는 상태에서 대화를 하고, 학습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필요한 대화를 하는 상황에서는 진짜 같다는 느낌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억 이야기를 할 때 (기계가) 엉뚱한 얘기를 하는 직접적인 이유로 진짜 인간 같다는 느낌이 깨질 수도 있지만, 그 이야기를 할 때의 표정이나 반응이 그 사람 같은지, 아니면 죽음 이후의 인공지능과 나눴던 대화를 기억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진짜 같다'는 느낌을 느끼기 위한 조건은 매우 세세하고 까다로워진다. 이는 현재의 인공지능 분야가 발전된다고 해결되지 않고, 인간 의 뇌 및 인지 과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라고 전했다.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원더랜드'를 마냥 판타지로 여기긴 어렵다. 물론 죽은 사람과의 재회가 축복이라는 보장은 없다. 영화 '원더랜드'에도 서비스 때문에 현실에서 소중한 것을 잃은 인물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인간은 그리운 이들과의 대화를 갈망한다. 언젠가 작품 속 서비스를 누구나 이용할 날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때를 위해 많은 이들이 기술과 인간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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